항목 ID | GC025A010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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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정동 |
집필자 | 신대광 |
화정동에 있는 꽃우물에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화정동 터줏대감 김연권, 김광권 두 어른이 들려주는 화정동 고주물마을의 꽃우물[花井]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지면서 안산시 선부동 뒤에 있는 골짜기에서 오색찬란한 무지개가 솟아올랐다. 그러고는 다음 순간 하늘이 밝아지며 무지개가 서려 있던 자리에 옥수(玉水)같이 맑은 물이 올라 장관을 이루었다. 그 뒤로도 선부동 뒤 골짜기에서는 며칠에 한 번씩 무지개가 떴으며, 그 때마다 골짜기 어귀에서는 신기하게 은은한 풍악 소리가 들리고 또한 향기가 퍼져 나와 온 마을을 감싸서 마을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하였다.
하루는 마을 총각 하나가 나무를 하러 뒷산에 올랐다. 청년이 부지런히 나뭇단을 쌓고 있는데, 역시 그 날도 하늘이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골짜기에서 풍악 소리가 들려왔다. 총각은 호기심을 억누를 수가 없어서,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잊은 채 풍악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옷을 입은 선녀들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골짜기 계곡물에서 목욕을 하면서 놀고 있었다.
깜짝 놀란 총각이 넋을 잃고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데, 그중 한 선녀가 총각 앞으로 다가왔다.
“당신은 누구세요? 어째서 이곳에 와 있어요?”
“소생은 산 아래 마을에 사는 어부인데, 나무를 하러 산에 올랐다가 풍악 소리에 끌려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하도 놀라운 광경에 발이 떨어지지 않아 바라보고만 있는 것입니다.”
그러자 선녀는 한동안 총각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가, “당신이 어부라고 하니 우리들을 위해 뱃사공이 되어 주지 않겠어요?” 하고 말했다.
총각은 기뻐서 쾌히 승낙하였다. 총각의 승낙을 받고 나자 선녀는 미소를 지으며,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 말고 앞바다로 나가 보세요.” 하고는 곧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총각은 선녀의 말대로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앞바다로 나가 보았다. 그런데 전에는 보지 못했던 화려하게 장식한 배 한 척이 물에 떠 있었다. 총각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배에 올랐다. 배 안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고 향기만 가득하였다. 잠시 이상한 생각이 들어 어리둥절해 있는데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와 배에 오르기 시작했다. 어제 만났던 선녀가 배에 오르자 총각은 반가운 마음에 그 선녀 앞으로 다가가 큰 절을 하면서 공손히 물었다.
“낭자는 어디서 온 누구신지요?”
“저는 하늘나라 사람으로 잠시 이곳에 내려와 머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당신이 나타나 도움을 받게 된 거예요.”
총각은 기쁜 마음으로 다시 물었다.
“제가 무얼 도와드리면 될까요?”
“배를 저어 북쪽으로 가면 큰 꽃이 피어 있는 우물이 있는데, 이 통에 그 우물물을 담아다 주면 되어요.”
총각은 즉시 배를 저어 북쪽으로 갔다. 과연 선녀가 말한 곳에는 전에 없던 큰 우물이 있었는데, 우물 가운데는 이름 모를 커다란 꽃 한 송이가 피어 있었다. 총각은 선녀가 말한 대로 배에 싣고 온 물통에 물을 가득 채워서는 선녀들에게 가져다 주었고, 선녀들은 이 물을 음료수로 사용하였다.
그렇게 총각은 몇날 며칠 선녀들에게 물도 길어다 주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해주었다. 그러나 한 번도 선녀들을 농락하거나 나쁜 마음을 품지 않았다. 총각은 아주 착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선녀들은 자취를 감추었는데, 총각 역시 그날 이후 마을에서 자취를 감추었단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총각도 선녀들과 함께 하늘나라로 올라갔다고 한다.
선녀들이 마시는 물로 사용했다는 우물은 선부동 위쪽에 자리하고 있는 화정리(花井里)[현 화정동], 즉 꽃우물마을에 있다. 그 꽃 이름은 자세히 전하지 않으나, 일설에 의하면 ‘선화(仙花)’라고 부른단다. 그 후로 사람들은 그곳을 꽃우물이 있는 마을이라 하여 ‘꽃우물마을’로 불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발음도 변하여 ‘고주물’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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