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601981 |
---|---|
한자 | 銀馬- |
영어의미역 | Silver Stallion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경기도 부천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민충환 |
[정의]
1990년에 안정효가 쓴 장편 소설.
[개설]
『은마는 오지 않는다』는 6·25전쟁 중 미군 부대가 들어오면서 한국의 전통 마을이 붕괴되어 가는 모습을 그린 안정효의 장편 소설이다. 장길수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부천군 심곡리[현 심곡동]에서 작가의 전쟁 피난 체험이 결정적 모티프로 작용하고 있다.
1964년 대학 시절 『밤나무집』이라는 제목으로 쓰기 시작하였다가, 작가가 월남전에 다녀온 후 1986년 『갈쌈』이란 제목으로 잡지에 발표되었다. 1988년 영어로 개작하여 「Silver Stallion」으로 미국에서 발행한 다음 1990년에 한국어판 『은마는 오지 않는다』가 나왔다.
[구성]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전쟁이 오는 마을, 제2부는 무인도로 오는 사람들, 제3부는 어둠 속의 아이들, 제4부는 떠나가는 마을 등이다.
[내용]
인천 상륙 작전 직후, 강원도 금산의 작은 마을에 유엔군이 들어온다. 깃발을 흔들며 환영을 표하던 마을 사람들과 유엔군들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오가고, 그날 저녁 마을에서 자식들을 키우며 혼자 살던 과수댁 언례가 유엔군들에게 겁탈 당한다. 이후 언례는 마을 사람들의 멸시와 따돌림 속에서 어린 자식들과 함께 힘겹게 하루하루를 견뎌 나간다.
그러던 중 강 건너에 미군 부대가 진주하면서 그들을 따라 양색시들이 들어온다. 살 길이 막막해진 언례는 미군 상대의 클럽에서 일하게 되고, 그 일을 계기로 동네사람들과 대립한다. 한편 미국 문화의 유입으로 마을은 차츰 변해가기 시작한다. 마을 아이들은 유엔군의 쓰레기장을 뒤지며 언례가 일하는 클럽 안을 훔쳐본다. 언례의 아들 만식은 언례와 미군의 정사 장면을 훔쳐보려는 마을 아이들을 저지하다 장난감 총에 손가락이 잘려나가고, 놀란 미군들이 쏜 총에 달아나던 마을 아이가 쓰러진다.
만식을 안고 나타난 언례는 소식을 듣고 몰려든 마을 사람들과 심하게 충돌한다. 얼마 후 중공군의 개입으로 미군 부대가 철수하고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피난을 떠나자 언례도 얼어붙었던 마음을 풀고 마을 사람들과 화해한 후 자식들을 데리고 마을을 떠난다.
[특징]
“전쟁이 터지면 백성은 제각기 전쟁을 치른다”는 표지의 말처럼 어느 전쟁 소설 못지않게 반전 소설로서도 큰 의미가 있다.
[의의와 평가]
「어린 시절의 추억」이란 제목의, ‘작가 후기’에서 안정효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지금은 부천시가 된 소사로 잠시 난을 피해 가 있을 무렵 심곡리의 우리 집에는 우물가에 작은 꽃밭이 있었고, 그 꽃밭에는 눈이 덮였다. 하얗게. 꽃밭을 쳐다보며 혼자 기다려 날이 저물면 나는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두려움과 어둠만이 조용히 곁에 웅크린 방안에, 펄럭이는 남포 하나 켜놓고 화로 앞에 앉아 볏짚을 태운 재속에서 감자가 익기만 무작정 기다렸다.
그리고 어린 시절에 나는 기영이와 성범이 같은 아이들과 소래산으로 올라가 엠원과 카빈과 LMG 총알을 주워서 화약을 뽑아 불을 붙이고 파이프 총을 만들어 쏘며 돌아다녔다. 물론 우리 동네에는 양갈보도 하나 있었다. 어디에 살았는지는 몰라도 우리들은 양산을 쓴 양갈보가 나타나면 신기한 구경거리라고 생각해서 쫓아다니며 야앙갈보―― 또옹갈보―― 하며 놀려대었다(중략).
이렇게 보낸 어린 시절은 별로 행복하지 않았고, 아마도 행복하지 않은 어린 시절은 잘 잊히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대학에 다니던 시절, 소설을 쓰는 연습을 시작할 무렵에 나는 내 어린 시절의 얘기를 꼭 써보고 싶었다.
1964년 7월, 여름 방학을 맞은 나는 어느 후배의 도움을 받아 강원도 춘성군 서면 금산리 ‘황면장댁’에 한 달 동안 기거하면서 무척이나 쓰고 싶었던 이 얘기를 처음으로 쓸 수 있었다. 황면장댁 바로 옆에는 밤나무가 한 그루 앞에 선 외딴 집이 있었고, 나는 날마다 그 집을 쳐다보며 어린 시절의 기억을 그 집 주변에다 줄줄이 늘어놓았다. 그래서 『밤나무집』이라고 처음 제목을 붙였던 『은마는 오지 않는다』의 첫 원고가 이루어졌다.”
작가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소설의 배경은 강원도 작은 마을이지만, 직접적인 모티프는 6·25전쟁 당시 부천 심곡리로 피난해 왔던 작가의 유년기 체험이다. 즉, 모티프가 된 강원도 춘성군의 ‘밤나무집’의 원형은 작가가 유년 시절의 피난 체험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부천 심곡리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은마는 오지 않는다』 속에는 1950년대 부천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