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3002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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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江陵連谷- |
영어의미역 | Weaver's Song of Gangneung Yeongok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문화유산/무형 유산 |
유형 | 작품/민요와 무가 |
지역 | 강원도 강릉시 |
집필자 | 장정룡 |
[정의]
강릉 지방에서 베를 짤 때 부르는 민요.
[개설]
「베틀가」는 가내 노동요로 여성들이 길쌈 작업을 할 때 부른다. 여성 노동요인 「베틀가」는 「길쌈노래」나 「삼삼기노래」, 「물레노래」와 연관되는 일련의 작업 과정에서 불려지는데, 모두 사설이 풍부하고 여성 생활을 잘 반영하고 있다. 「강릉연곡베틀가」는 시집살이의 애환 뿐 아니라 베를 짜는 과정을 노래로 엮어서 비유법을 사용하여 구연한다.
[채록/수집상황]
강릉 지역에서 「베틀가」를 구연해 준 제보자는 1995년 당시 90세의 최의자 할머니이다. 할머니는 시집오기 전에 약 열다섯 살 무렵부터 친정집에서 보관하던 필사본 「베틀가」를 암송하여 지금까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구연해 준 할머니는 강릉시 성산면 위촌리, 사천면 상노동리에 살다가 연곡면 송림리로 시집을 갔는데 친정에서 외웠던 「베틀가」를 시집가서도 줄곧 불러왔으므로 강릉 지역 전래의 가내 노동요라고 판단된다.
최의자 할머니는 친정어머니가 길쌈하는 것을 무섭게 가르쳤으므로 시집와서는 오히려 일이 편했다고 한다. 집에서 여성이 해야 할 일 가운데 “밥 짓고 빨래하고 길쌈하고 뽕따다가 누에치는 일로 한 평생을 보냈다”는 회고담에서 여성의 부공(婦功)으로 길쌈내기가 주요한 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최의자 할머니는 연곡면 심씨 집안에 시집와서도 정선에서 역시 대마를 사다가 짜서 시장에 내다 팔았으므로 여전히 「베틀가」를 잊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최씨 할머니의 베틀가는 지금부터 대략 80년 전부터 전승된 소리로 추측이 가능하다. 구연 내용은 사설이 비교적 풍부하고 정갈하며, 역대 고사나 의인법 등을 활용하는 비유가 뛰어나 가사체 「베틀가」로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구성]
4음보(音步) 1행 형인 4·4·4·4조로 전체 168행의 장편 가사 가운데 구연 상 일부 글자 수가 늘어난 경우가 있으나, 이를 비정격으로 보기는 어렵다.
[가사]
가사의 일부만 예로 든다.
“청천백일 좋은날에 너른마당 정히쓸고
장찬실을 나는양은 신부신랑 교배석에
청실홍실 느린듯이 예도걸고 졔도걸어
한세두세 지어내여 드는칼로 베어내어
얼른뀌어 매어보세 가늘-고 가는바두
영남단양 참빗인가 올이올이 짝을지어
사이사이 끼워놓고 허리잘쑥 도투마리
머리만치 뉘어놓고 가달불쑥 끄신개는
발치만치 버려놓고 청천백일 좋은날에
장찬실을 뻗친양은 칠팔월에 은하수가
구만천에 뻗친듯이 여산 위에 폭포수가”
(중략)
[내용]
최의자 할머니가 구연한 「강릉연곡베틀가」는 전체 168행이다. 부분적으로 겹친 내용은 몇 행을 제외하였는데, 제외된 부분은 최의자 할머니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강릉연곡베틀가」는 장편의 서사적 양식을 지니고 있는데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첫째(序辭): 삼 내기(1행~5행), 둘째: 삼베 걸기(5행~14행), 셋째: 삼베 짜기(15행~130행), 넷째: 보헤 자랑(131행~142행), 다섯째: 의복 만들기, 규중칠우쟁론기(143행~163행), 여섯째(結辭): 길쌈 당부(163행~168행)
첫째 구성(1행~5행)은 일종의 서론적인 내용으로 삼내기 작업으로부터 본격적인 길쌈에 들어가는 것을 말하고 있다. 삼베는 그 날의 촘촘함을 따질 때 ‘새’ 또는 ‘승’이라는 용어를 쓴다. 한 새는 바디의 실 구멍이 40개로 짜여지는데 한 구멍에는 두 가닥의 실이 들게 되므로 80올이 된다. 삼베는 보통 넉 새 내지 여섯 새로 짜는 것이 보통이며 옷의 쓰임새에 따라 몇 새로 짜느냐가 달라진다. 그러나 삼베가 베틀 위에 올려지기 위해서는 많은 단계를 거친다.
둘째 구성(5행~14행)은 삼베를 베틀에 거는 과정으로 여기부터 본사(本辭)에 해당된다. 베틀가에 나오는 베틀 명칭은 바두, 도투마리, 끄신개, 용두머리, 눈썹대, 잉앗대, 뱁대, 비개미, 사치미, 분갯대, 앉은널 등이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용어는 은유법을 통해 노래되고 있다. 참빗처럼 생긴 바두(바디집), 여인의 허리처럼 잘룩한 도투마리, 가달불쑥나온 끄신개(끌신)를 움직이며 삼베를 짜노라면 그것이 늘어지는 모습이 마치 폭포수를 거슬러 올라 홍운 백운을 몰아 타고 꼬리를 펴고 날아가는 용과 같다고 하였다.
셋째 구성(15행~130행)은 삼베 짜는 과정으로, 앞의 삼베 거는 과정부터 실질적인 베틀가의 중심 내용이 된다. 길쌈을 놀이로 환치했던 여성들의 애환은 궁극적으로 단기권학(斷機勸學)의 정신을 구현하고 있다. 살대로 화살을 만들어 남편을 출세시키거나 어린 자녀의 붓을 만들어 과거에 합격시키겠다는 희생정신, 맹자의 어머니가 공부 도중에 돌아온 그의 아들에게 삼베를 끊어 훈계하였던 것과 같은 희생정신을 구현하는 것이다.
넷째 구성(131행~142행)의 보헤는 천으로 이것을 자랑삼아 노래한 것은 「베틀가」에서 액자 구성으로 여흥으로 불린 것이다. 「춘향전」의 한 구절을 연상케 하는 이 내용은 삼베를 비단의 차원으로 끌어올려 서민들의 의생활을 상류층과 동일시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다섯째 구성(143행~163행)은 의복 만드는 과정으로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의 내용이 삽입된 내용으로 파악된다. 세요각시(細腰閣氏) 바늘, 척부인(戚夫人) 자, 교두각시(交頭閣氏) 가위, 위낭자 다리미, 청홍흑백각씨 실, 인화부인(引火夫人) 인두, 감투할미 골무 등이 흡사하게 인용되었다. 삼베로 옷을 지어 입는 과정을 흥미 있게 노래하였다.
여섯째 구성(163행~168행)은 길쌈 당부로 결사에 해당된다. 길쌈을 열심히 하면 남자가 본받는다는 것이다.
[의의와 평가]
최의자 할머니의 「강릉연곡베틀가」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첫째, 4.4.4.4조를 1연으로 하는 정형성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형식상의 정형성은 가사문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
둘째,「강릉연곡베틀가」는 서사, 본사, 결사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사는 베틀작업의 시작인 삼 내기부터 시작하며, 본사는 본격적인 작업의 시작으로 삼베 걸기와 짜기인데 여기에 여흥구로 보헤 자랑과 옷 만드는 과정이 들어갔다. 여흥구에서는 소설 『춘향전』과 수필 「규중칠우쟁론기」의 영향을 받은 내용이 삽입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결사는 부공(婦功)에 대한 당부로 수미상관(首尾相關)의 구성을 보여준다.
셋째,「강릉연곡베틀가」는 구연자의 기억에 의존한 구술자료이기 때문에 관계 자료의 정확성은 문제가 될 수 있으나, 현장성을 살린 살아 있는 길쌈 노동요 자료라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더욱이 제보자가 80년 전부터 암송했던 필사본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자료를 수습한 것이다.
넷째,「강릉연곡베틀가」는 이 지역의 내방가사와 민요의 교섭 관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