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00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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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山蔘-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경기도 포천시 내촌면 |
집필자 | 이병찬 |
[정의]
경기도 포천시 내촌면 지역에서 산삼과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산삼 이야기」는 총명하면서도 순박한 삼돈이가 산삼 세 뿌리를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빨랫줄에 널어놓았고, 박도사가 산삼을 빼돌려서 벼슬을 얻으려고 임금님에게 보냈으나 심부름을 하던 하인이 그만 중도에서 죽었으며, 삼돈이 장에 갔다가 부인의 부탁으로 하인의 장사를 치러 주고 산삼을 찾아 임금님에게 바치고 벼슬도 얻게 되었다는 삼돈이의 우행담이자 박도사의 허욕담이다. 우행담은 우연한 기회로 얻은 행운 덕에 부자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채록/수집 상황]
2000년 이근영·이병찬 등이 엮고 포천 문화원에서 발행한 『포천의 설화』에 수록되어 있다. 이는 1995년 10월 이병찬이 경기도 포천시 내촌면 내촌 1리로 현지 조사를 나가 주민 전병호로부터 채록한 것이다.
[내용]
강원도 홍천에 김삼봉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마흔 살이 되도록 슬하에 자녀가 없어서 늘 딸이나 아들이나 아무렇더라도 소생이 있었으면 하고 바랬다. 그래서 그 부인이 명산에 가서 백일기도를 드리고 아들이나 딸을 하나 점지하여 달라고 치성을 드렸다. 정성이 지극하여 산신의 은혜를 받았던지, 태기가 있기 시작해 10개월 만에 아들을 낳고 이름을 ‘삼돈’이라 지었다.
삼돈은 어려서부터 영리하여, 어른들이 하는 말도 다 알아듣고 어깨너머로 글을 배워 무엇이든 한 번 들으면 잊어버리질 않았다. 그런데 7살 때 갑자기 양친 부모가 다 돌아가시어 고아가 되었다. 이에 인근의 어떤 사람이 삼돈이가 똑똑한 것을 알고 데려다 길렀다. 그렇게 13살까지 지내다가 철이 들자, ‘남의 도움만 받고 살 수는 없으니 자수성가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그 집을 나왔다.
그래서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데, 홍천에 박도사라는 벼슬아치가 삼돈이 머리가 좋다는 소리를 듣고는 데리고 와 머슴으로 삼고 살림살이를 모두 삼돈에게 맡겼다. 삼돈이 17, 18세가 되자 정삼순이라는 여자와 결혼까지 시켜 주고, 집과 토지를 장만해 주어 농사를 지어 먹고 살라고 내보내 주었다. 그래서 삼돈이 부부는 농사를 짓고 살았는데, 어느 날 밭고랑에서 더덕 같기도 하고 도라지 같기도 한 이상한 뿌리가 셋이 나왔다. 그게 모두 산삼이었는데, 그걸 모르는 부부는 그걸 가지고 와 빨랫줄에다가 잎사귀채로 걸어 놓았다.
그때에 박도사라는 사람이 삼돈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그의 집으로 찾아왔다가 빨랫줄에 널린 산삼을 보게 되었다. 삼돈이 산삼을 캤으면서도 자기에게 알리지도 않고, 또 그렇다고 깊이 간직해 놓지도 않은 것을 보고 그게 뭔지 모를 것이라는 것을 추측해 내고는 삼돈에게서 그 산삼을 쉽게 얻어 왔다. 마침 그때 임금님이 큰 산삼 세 뿌리를 구하면 상금을 주리라는 방을 써 붙인 것을 박도사가 보았었다. 그리하여 더 높은 벼슬을 할 욕심으로 산삼을 오동나무 궤짝에 잘 싸서 하인에게 임금님께 바치고 오라고 시켰다. 하인이 서울로 가는 길에 어느 장이 선 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곳을 보니 술도 많고 먹을 것도 많아서 하루 묵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어느 주막집에서 묵게 되었는데, 그 하인이 자다가 그만 죽어버렸다.
한편 삼돈이는 나무를 해서 장에 가져가 팔려고 집을 나섰다. 장에 가서 나무를 팔고 생선 한 토막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인데, 어떤 부인이 자기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 부인에게 다가가니 부인이 하는 말이
“우리 집에 좋은 술이 있으니 들어오셔서 술 한 잔 잡숫고 가세요.”
라고 하며, 노란 약주술을 한 그릇 떠서 삼돈이를 대접하는 것이었다. 고마운 마음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부인이 하는 말이
“당신이 내 부탁을 들어주면 당신에게 후한 보답을 하겠으니, 내 부탁을 좀 들어주세요.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당신하고 나하고 둘이서만 압시다. 엊저녁에 손님이 우리 집에 와서 자고 가자고 해서 방에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러니 저 시체를 장사만 지내 주면 후히 상금을 드리겠습니다.”
라고 하는 것이었다. 삼돈이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돈도 생기고 술도 얻어먹고 또 그 부인도 꽤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서 그렇게 하라고 허락했다. 그리하여 밤에 부인과 둘이 장사를 지내고 왔는데, 그 부인이
“저기 괴나리봇짐이 있는데, 그 사람 것이니 무엇인지 끌러 봐서 쓸 만한 것이면 당신이 가지십시오.”
하고 말했다. 그래서 뜯어보니 웬 편지가 나왔는데, 편지를 읽어 보니 ‘홍천에 사는 박도사가 임금님께 진상 드리는 산삼 세 뿌리를 보내오니 잘 받아 주시오’ 하는 내용이었다. 생각해 보니 자기를 길러 준 박도사가 보낸 것이었다.
그래서 하인 대신에 자기가 은혜를 갚아 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괴나리봇짐을 싸서 서울로 갔다. 궁궐에 도착하여 들어가려 하니 문지기가 남루한 옷차림의 삼돈이를 막아섰다. 그리하여 ‘들어간다, 못 들어간다.’ 옥신각신하고 있는데, 그 광경을 임금님이 보시고
“나에게 무슨 곡절이 있으니 들어온다는 것 아니겠느냐. 들여보내도록 하여라.”
하였다. 이렇게 궁궐에 들어가게 되어 짐을 풀고는 임금님 앞에 산삼 세 뿌리를 내놓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것은 바로 자기가 캤던 삼이었다. 그래서
“아이고 이거 제가 며칠 전에 캔 것인데, 이게 어떻게 해서 여기 있을까요?”
하고 말했다. 임금님이 그 소리를 듣고,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어 자초지종을 이야기 했다. 임금은 그 산삼이 박도사라는 사람이 삼돈이에게서 탈취하여 보낸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삼돈이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벼슬자리를 주었다. 그리하여 도포를 입히고 큰 갓을 씌우고 노잣돈을 후히 줘서 내려 보냈다.
삼돈이 집에 돌아와 있는데, 박도사가 하인이 안 오는 것도 궁금하고 삼돈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려고 삼돈의 집에 갔다. 그랬더니 삼돈이가 도포를 입고 갓을 쓰고 있는 것이었다. 어른 앞에서 어찌 그걸 쓰고 있느냐고 호통을 치며 마구 때렸다. 삼돈이는 임금님이 괜히 그걸 줘서 매만 맞고 망신만 당했다고 생각하며, 도포와 갓을 임금님께 돌려드렸다. 임금님이 왜 입지 않느냐고 물어 사정을 얘기하니, 임금님이 판사를 불러들였다. 알고 보니 그 판사는 박도사의 형이었다. 임금님이 그 판사에게 ‘홍천에 사는 네 동생을 잡아들이라’ 하여 박도사를 불러들였다. 어떻게 해서 산삼이 삼돈이의 손을 통하여 임금님께 바쳐졌는지 내력을 들은 판사는 동생인 박도사에게 벌을 내렸다.
[모티프 분석]
「산삼 이야기」의 주요 모티프는 ‘자식 빌기’, ‘우연히 얻은 행운’, ‘헛된 욕심’ 등이다. 「산삼 이야기」는 산삼인 줄도 모르는 삼돈이와 산삼으로 벼슬을 구하고자 하는 박도사의 욕심을 통하여,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내용으로 흥미롭게 전개시킨 설화이다. 「산삼 이야기」는 사건의 전개 과정이 복잡하고 몇 번의 반전이 일어나는 등 이야기꾼에 의해서 잘 다듬어진 설화의 전형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