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전라북도 완주군에서 가정 또는 마을이라는 생활공동체가 일 년을 주기로 매해 치르는 전승 의례.

[개설]

세시풍속은 생활공동체가 일정한 시기에 집단적이고 관습적으로 행하는 주기전승의례를 말한다. 세시풍속에는 소위 4대 명절도 들어있고, 절기별 민속이나 관행도 포함되어 있다. 세시풍속을 살펴볼 때 3개월 단위의 계절별로 구분하면 이해에 도움이 된다. 음력을 기준으로 봄은 정월에서 3월까지, 여름은 4월에서 6월, 가을은 7월에서 9월, 겨울은 10월에서 섣달까지 해당한다. 완주군은 전통적으로 농경 지역이기 때문에 특히 농사와 관련된 세시가 압도적이다. 따라서 완주군의 세시풍속은 농사의 풍흉을 점치거나 기원하는 농경 세시이다.

[봄의 세시풍속]

우리나라의 세시풍속은 정월에 집중되어 전승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정월 대보름의 만월이 풍요를 상징하고 있어서, 풍농 기원 의례가 이 시기에 집중된다고 하겠다. 상관면 용암리 산정마을은 정초에 당산나무에서 당산제를 지냈으며, 경천면 가천리 요동마을은 정월 초이렛날 밤에 산신제와 당산제를 연이어 지냈다. 당산제가 마을 단위의 의례라면 가정 단위로는 ‘안택굿’을 행한다. 안택은 각 가정에서 정초에 한 해의 제액초복(堤厄招福)[액을 막고 복을 부름]을 목적으로 치르는 의례를 말한다. 주로 독경무(讀經巫)을 초청하여 가정신이 거주하는 처소에 따라 조왕굿, 성주굿, 조상굿, 천륭굿, 문간굿 순서로 진행한다. 이 밖에도 마을 앞 삼거리에 나가 거리제를 지내거나 물가에 가서 유왕제[용왕제]를 지내고, 토정비결 보기, 복조리 걸기, 우물에서 용알뜨기, 엄나무걸기 등을 한다. 열나흗날 밤에는 노둣돌 놓기, 허새비[허수아비] 맥이, 식구수대로 종지에 불 밝히기, 밤 새우기 등을 하였다. 마을에 따라서는 정초에 여성들만 참여하여 ‘디딜방아 액맥이’도 하였다. 이월 초하루는 영험한 영등할머니를 모시는 날이고, 콩을 벌레라고 여기고 볶아 먹는다. 입춘에는 보리 뿌리를 뽑아서 한 해 농사점을 본다. 뿌리가 하나면 흉년이고 2개면 풍년이고 3개면 대풍이라고 예측하였다. 당산나무 잎이 피는 것으로도 비와 관련하여 농사점을 보았고, 좀생이별[묘성(昴星)]을 보고도 농점을 보았다. 곡우에는 동상면 신월리 검태나 구수마을로 고로쇠 물을 마시러 다녔다.

[여름의 세시풍속]

4월 중에는 만경강으로 모래찜질하러 다녔다. 관절통과 신경통에 효과가 있었다. 단오 때는 전주 덕진연못으로 물맞이하러 다녔는데 특히 피부병에 좋다고 하였다. 단오 아침에는 밭에 나가 상춧잎에 맺힌 이슬을 받아 얼굴에 바르면 피부가 고와진다고 하였다. 남자들은 씨름판을 벌이고, 여자들은 그네를 뛰었다. 유월 유둣날은 밀을 수확해서 밀떡을 해 먹는 날이다. 칠월 칠석이나 백중 때는 마을 단위로 술멕이가 벌어진다. 김매기 때 두레로 마련한 자금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동네 부잣집에서 술을 베풀어 잔치를 벌이는 것이 상례이다. 이때 들독들기로 힘자랑을 하거나 ‘진서턱내기’도 병행하였다.

[가을의 세시풍속]

추석 절기가 빨라서 햇곡식이 미처 나오지 못하면 ‘올기심리’를 하였다. 가을에도 벼 베기 직전에 보릿고개가 있어서 올기쌀을 만들기도 하지만, 대개는 조상님께 천신의례를 하기 위함이었다. 이를 ‘올기심리’라고 한다. 구월 구일 중양절에는 제삿날을 모르는 조상님께 제사를 지내거나, 사정상 추석 때 차례를 지내지 못한 경우에 이날을 이용한다.

[겨울의 세시풍속]

10월에는 ‘모날 차례’가 있다. ‘모날’은 사실 말(馬) 날이다. 음력 10월 중 말(馬)이라는 의미의 ‘오(午)’자가 들어간 날을 가리킨다. 이때면 추수를 마친 직후인데, 이날 팥떡을 해서 마당에 쌓아둔 나락두지[나락뒤주, 곡식을 그릇이나 자루에 담지 않고 그대로 갈무리하기 위한 일종의 저장고] 앞에 차려놓는다. 이 의례가 ‘모날 차례’이다. 동짓날은 팥죽을 쑤는데, 먼저 액막이를 위해서 울타리를 돌면서 팥죽을 흩뿌린다. 팥의 붉은색이 벽사(闢邪)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섣달그믐날은 집안의 그을음도 닦아내고 거미줄도 걷는 등 대청소를 한다. 그리고 자정이 되면 조상님께 그믐 차례를 지냈다. 이때는 가족끼리만 참례하고 음식도 간단하게 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