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4024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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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民謠 |
영어의미역 | Folk Song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경상북도 안동시 |
집필자 | 편해문 |
[정의]
경상북도 안동 지역에서 민중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전해 내려오는 노래.
[개설]
민요는 오래전부터 작사자나 작곡자가 따로 없이 민중 사이에서 구전되어 전해 오고 있다. 따라서 민요는 민중의 사상이나 생활, 감정 등을 소박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때로는 국민성과 민족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안동 지역의 민요는 특별한 기능을 지니고 불리기 때문에 기능에 따라 노래의 갈래를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안동 지역에서 전승되는 노래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나 모자람 없이 민요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할 수 있다. 안동 지역에서 전승되는 민요들을 분류해보면 일 노래(노동요), 의식 노래(의식요), 놀이 노래(유흥요) 등으로 구분된다.
[갈래]
1. 일 노래
안동 지역에서 전승되는 민요들은 대부분이 일 노래였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농사와 관련된 노래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민요를 이야기할 때, ‘전문적인 소리꾼이 아닌 농민들이 농사일을 하면서 특별한 놀이판을 차리지 않은 채 일터에서 부르는 노래’라고 하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이러한 경향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어느 지역에서나 일 노래가 풍부한 것은 자연스럽다. 선인의 옛 노래 문화 가운데 민요를 주목하게 되면 일 노래는 항상 그 중심에 놓여 있다. 그러므로 일 노래는 흔히 우리가 ‘민요’라고 일컫는 민중들이 부르던 옛 노래의 처음과 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일 노래를 다른 노래나 오늘날 유행하는 노래와 비교할 때 남다른 것은 노래마다 저 나름의 구체적인 구실이 있다는 점이다.
노래가 가진 구실을 기능이라고 하는 점에 주목하면, 일 노래가 가진 기능이 가장 뚜렷하고 도드라진다. 특히 오늘날의 노래와 견주어 볼 때 의식 노래를 제외한 대부분의 노래들은 특별한 기능을 지니지 않고 여가와 유흥을 위해 부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따라서 일과 함께 부르는 노래는 일 노래로서 분명한 기능성이 한층 두드러진다.
또한 일 노래는 일의 고됨을 노래의 신명으로 전환하는 구실을 담당함으로써 일의 놀이화를 가능하게 한다. 일을 위한 일 노래가 사실은 일을 놀이처럼 신명나게 한다는 점에서 놀이 노래(유흥요) 구실까지 담당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모내기 노래와 같은 일 노래는 일의 기능과 상관없이 일의 현장을 떠나서 놀이 노래로 불리기도 하는 것이다.
일 노래의 독자적 기능은 일을 순조롭게 진행시키고 일의 능률을 올리는 것이다. 일의 행위와 밀착되어 일 노래 없이는 일 자체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다. 때로는 일없이 노래만 부르는 일도 적절하지 않을 정도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 노래가 꼭 기능에만 이끌려 봉사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노래 부르는 일이, 일하는 것처럼 사람을 더욱 고되게 할 수도 있다. 일을 잘 하기 위하여 노래까지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일만 해도 고된 터인데 노래의 의무까지 짐 지어 주는 셈이다. 그러나 노래와 일의 관계는 그렇지 않은 것에 매력과 그 남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노래는 그 자체로서 부를만한 가락의 신명이 있고 삶의 문제를 생각하는 사설의 뜻이 담겨 있다. 안 그래도 쉬지 못하고 일을 고되게 하는 판에 덤으로 노래까지 부르면서 일을 더 열심히 하도록 스스로 채근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일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기운이 남아 노래까지 불렀겠냐는 식의 생각은 삶의 신명을 잃고 사는 오늘 우리들의 메마른 판단이거나 일 노래로서 민요의 본질을 놓치고 있는 탓이다.
옛날 사람들은 일하면서 노래 부르며 노는 것을 따로 나누어 했던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여럿이 함께 했던 것이다. 말이 일 노래이지 사실은 일조차 놀이로 전환시키는 놀이 노래보다 더 적극적인 놀이 노래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일 노래 속에는 일의 내용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일의 진행을 위해서 일을 지휘하고 채근하는 요소도 있지만, 일꾼들이 생산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데 따른 모순이나 일한 결과를 거두어들일 때를 내다보고 꿈을 키우는 내용도 들어 있다.
세상살이의 마땅한 이치와 엉뚱한 부조리들을 함께 견주어 인간다운 세상을 꾸려내고자 하는 전망으로 갈무리하기도 한다. 따라서 일 노래를 통해 현실 문제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삶의 희망을 담아 자신의 삶을 성숙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 노래는 일의 가치를 자각하고 삶의 현실들을 여러 모로 되짚어 보면서 바람직한 삶의 세계를 설계하고 실천하는 동력 구실을 하는 것이다.
일은 직장에서 하고 노래는 노래방에 가서 부르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나, 노래라 는 것은 한가한 사람들의 소비적인 사랑 타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일 노래는 새로운 노래문화로 다가온다. 일 노래는 여럿이 함께 어울려 노래 부르며 일하는 것이 얼마나 생산적인 노동이며 또 삶을 성숙시키는 것인가를 재인식하게 해준다. 일 노래는 일의 노래만이 아니다. 놀이의 노래이자 삶의 노래이기 때문이다.
안동 지역에서 최근까지 전승되는 노래를 보면 주로 벼농사와 관련된 일 노래가 대부분이며, 안동 지역의 특산물인 안동포 짜는 일과 관계된 노래도 많다. 이들 두 노래는 각각 남성 민요와 여성 민요로서 대표성을 지닌다. 때로는 논농사를 하면서 부르는 노래에 길쌈 노래의 사설도 끼어든다. 이를테면 「저전동 논매기 소리」 앞소리는 「베틀 노래」와 같은 길쌈 노래로 전승되는 것도 특징이다.
2. 의식 노래
의식 노래(의식요)는 그다지 풍부하지 않다. 일정한 의식을 행하면서 부르는 의식요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장례 의식에 필요한 장례의식 관련 노래이고, 두 번째는 세시풍속과 연관하여 정월 대보름 전후로 지신밟기를 할 때 부르는 지신밟기의식 노래이며, 세 번째는 집안에서 성주를 올릴 때 부르는 성주의식 노래이다. 다른 고장처럼 「상여 소리」, 「덜구 소리」, 「지신밟기 소리」가 아직 전승력을 유지하고 있다.
장례의식요에 속하는 「상여 소리」와 「덜구 소리」는 특히 그 전승력이 강하다. 특히 「덜구 소리」는 거의 필수적이다. 상여는 영구차로 운송하더라도 무덤을 다지는 일은 사람들이 직접 할 수밖에 없다. 장례의식요와 관련하여 「대도둠 소리」가 전하는 것도 흥미롭다.
성주를 올리면서 부르는 노래가 아직 전승되는 것은 집안 신을 섬기는 가신신앙의 전통 가운데 특히 가부장의 권위와 관련이 있는 성주 신앙의 전통이 강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안동이 성주신앙의 본향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가부장적 전통이 강한 유교문화의 중심지가 안동이라는 사실도 고려할 만하다.
3. 놀이 노래
놀이 노래(유흥요)는 안동놋다리밟기와 관련된 것이 풍부하다. 따라서 놀이 노래의 대부분은 여성 노래이다. 여성들이 놋다리밟기를 하면서 꼬리따기, 실감기, 달넘세, 동애따기 등 여흥놀이를 다양하게 하였는데, 이들 놀이를 하면서 부르는 노래가 대부분이다. 놋다리밟기와 같은 여성 집단 놀이들은 다양한 놀이문화와 함께 풍부한 노래문화도 유지시키고 있는 셈이다. 기타 놀이도 「널뛰기 노래」와 「그네 노래」와 같은 여성놀이에 집중되어 있다.
남성들이 풍물을 치며 동채싸움을 하듯이 노래와 상관없는 집단적인 놀이를 주로 한다면, 여성들은 노래를 부르며 놋다리밟기를 하듯이 풍물놀이보다 노래 가락에 맞추어 집단적인 놀이를 주로 한다. 그러므로 놀이 노래는 여성놀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놋다리밟기가 여성놀이로서 대표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다른 놀이 노래도 놋다리밟기와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특징]
밭농사도 논농사 다음으로 중요한 남성들의 일이고 바느질도 길쌈 못지않게 중요한 여성들의 일이긴 하지만, 안동 지역에서 다른 일 노래 보다 특히 논농사와 길쌈 관련 노동요가 많은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같은 일이라도 혼자서 하는 일보다 여럿이 더불어 하는 일일 때 그와 관련된 일 노래의 전승력이 강하다. 아무리 긴요한 일이라도 혼자서 하게 되면 민요를 부르기 어렵다. 논농사와 길쌈은 어느 것이나 두레로 하는 전통이 있다. 따라서 논농사 노동요와 길쌈 노동요가 다른 노동요에 비하여 많이 전승되게 마련이다.
둘째, 삼베는 안동의 명산이다. 직접 대마(大麻)를 경작하고 거두어 들여 삼을 삼고 삼베 짜는 일을 하는 안동포의 전통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안동포의 고장에서 안동포와 관련된 길쌈 노동요가 널리 전승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외에도 안동 지역에서 전승되는 민요는 안동문화의 전통과 연관되어 있다. 안동은 성주신앙의 본향답게 성주 올리는 노래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놋다리밟기의 고장으로서 여성들의 놀이 노래는 주로 놋다리밟기를 할 때 하는 여흥놀이와 관련된 것들이다. 그러므로 민요의 전통은 다른 문화의 전통과 함께 간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