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400214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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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汽車-, 文化- |
영어공식명칭 | A Place where the Train disappear, A Place where the Culture happens |
분야 | 지리/인문 지리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대구광역시 동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박주연 |
특기 사항 시기/일시 | 2013년 12월 23일 - 기차가 사라진 자리, 문화가 생겨난 자리 아양기찻길 준공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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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양기찻길 위치 - 대구광역시 동구 해동로 82[지저동 930] |
[정의]
대구광역시 동구를 지나간 대구선 폐선 자리에 만든 문화공간.
[기찻길 옆 문화공간]
「기찻길 옆 오막살이」라는 동요는 요란한 기차소리에도 불구하고 아기가 잘 자고, 옥수수가 잘 크는 풍경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시끄러운 기찻길 옆에서 오막살이를 하는 고단함을 애써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기찻길 옆은 언제나 그렇게 분주하고 위험하고 고달픈 것이 근대화의 한 내막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왁자지껄한 기차소리도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이제 그 자리에는 「기찻길 옆 오막살이」가 들어서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살고 싶고, 한번이라도 더 가보고 싶은 문화관으로서 기찻길이 탄생한 것이다. 대구선 폐선 자리에 들어선 문화공간들은 그렇게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문화통로가 된 아양기찻길]
우리나라에 철도가 처음 들어온 것은 1899년 9월 18일로 노량진역에서 제물포역까지 오가는 경인선 기차가 시초였다. 이후 서울에서 부산까지 445.6㎞의 경부선이 1905년 1월 1일 개통되면서 우리나라에는 본격적으로 열차 문화가 들어오게 된다. 1917년 11월 1일에는 드디어 대구[대구광역시]와 하양[경상북도 경산시 하양읍]을 잇는 대구선이 개통되었는데 다만 이 과정에는 일제가 식민지 관리 및 물자수송을 보다 원활히 하려는 속셈이 들어 있어 씁쓸함과 함께 회고되기도 하다. 대구 동구는 바로 그 대구선이 지나는 길목이었는데 금호강을 따라 놓인 철도를 통해 영천을 오가는 대구 사람들이 주로 이용했다. 그 뒤 대구 동구의 발전상을 90년간 지켜보던 대구선은 2008년을 기점으로 더 이상 열차가 달리지 않는 폐선으로 확정되었다. 동대구역에서 동촌역을 지나, 반야월역과 청천역까지 내달리던 대구선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순간에 대구 동구는 이곳을 오히려 영원히 기억하는 공간으로 만들기로 기획한다. 대구선 길을 따라 공원을 만들어 걷고 추억하는 공간으로 되살리는 계획이었다. 특히 주목받은 것은 아양기찻길을 철거하는 것이 아니라 연중무료, 상시개방 형태로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아름답게 변모한 아양기찻길은 280m 길이의 인도교로 다시 태어났으며 다리 중앙에는 배처럼 떠 있는 전망대 겸 갤러리 카페가 자리하고 있어 누구나 건너보고 싶은 명소가 되었다. 덕분에 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가 2015년 12월 촬영에 나서 배우 소지섭과 신민아가 열연을 펼치기도 했다. 야경이 특히 아름다운 아양기찻길은 드라마 촬영지로 소문난 이후 연인들이 더욱 즐겨 찾는 장소가 되기도 했다. 게다가 철로의 바닥이 강화유리로 이루어져 낮에는 출렁이는 강물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에 대구광역시 동구 주민들은 산업유산을 보존하면서도 문화공간으로 재활용된 아양기찻길을 명실상부한 랜드마크로 여기고 있다. 폐철도교를 리모델링한 예는 국내외적으로 드문 경우여서 ‘2013 글로벌경영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아양기찻길을 디자인한 서울대학교 백명진교수는 이 작품으로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을 받기도 했다. 이로써 자타가 공인하는 근현대화의 상징물이 대구광역시 동구에 가로놓이게 되었다.
1936년 설치된 아양철교는 2008년 2월 대구선이 폐선되면서 철거 위기에 놓였다가 리모델링 결정으로 2013년 12월 23일 준공식을 갖게 되면서 새 생명이 부여되었다. 산업통로가 문화통로로 변모한 이날 준공식 때는 불꽃놀이까지 더해져 금호강 위 하늘을 수놓았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아양교역에 내려 4번 출구로 나오면 이내 다리의 풍경이 펼쳐지며, 이곳을 배경으로 금호강 둔치에서 운동하는 사람들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또 하나의 그림을 연출한다. 아양기찻길을 건너면 대구선 아양공원이 연결되어 주민들의 휴식처는 더욱 넓어졌다. 뿐만 아니라 인도교의 조성으로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편리성도 가져다주었다. 그간 대구광역시 동구 지저동 주민들의 경우 동구청 방면으로 가기 위해 디귿자로 돌아가야만 했는데 다리를 이용하면 직선길로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아름다운 풍광이 덤으로 주어졌으니 생활이 더욱 풍요로워졌다고 할 수 있다.아양기찻길 입구에는 특별한 추억의 편지가 하나 적혀 있다. 강원도에서 대구로 시집온 한 새댁이 시집살이의 설움을 호소할 곳이 없어서 아양철교를 지나는 기차 소리에 맞추어 목 놓아 운 사연이다. 기차가 유일한 위안이었던 그녀는 지금도 여전히 대구광역시 동구에서 시부모님과 살고 있는데 기찻길이 사라지지 않고 시민에게 돌아온 것을 감사히 여겨 편지로 보낸 사연이 새겨져 있다. 아양철교가 시민들의 애증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리 끝에는 길옥윤 작사 작곡, 패티김 노래의 「능금 꽃 피는 고향」이 사과 모양의 비석에 쓰여 있으며 버튼을 누르면 곡이 재생된다. 지나는 이들은 발길을 멈추고 음악을 들으며 대구 동구의 지난날을 회상하곤 한다. 하마터면 버려질 뻔한 오래된 철길이 동구 주민들의 발길을 가장 자주 이끌게 하는 역발상이 이루어진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다리 중앙의 디지털 다리박물관을 통해 세계 유명 다리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그 명소에 못지않은 풍경 위에 서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작은 도서관이 된 동촌역과 반야월역]
대구광역시 동구 검사동에 위치한 동촌역은 대구선이 이설되면서 2008년 5월 15일 자로 공식적으로 폐지되었다. 1917년 크리스마스이브에 문을 연 이후 쉼 없이 일해 온 동촌역은 기차가 다니지 않자 문득 아무런 역할이 없어지게 된다. 이대로 폐쇄하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평가받은 동촌역사는 대구광역시 동구의 새로운 업무를 실행하며 제2막을 펼치고 있다. 코레일 대신 대구광역시 동구청이 관리하게 된 동촌역사는 등록문화재 제303호로서 작은도서관으로 변모했다. 마을 주민들은 이제 기차를 타는 대신 독서를 통해 앉아서 떠나는 여행을 체험하고 있다. 문화사랑방이 된 동촌역 작은도서관은 2,200권의 책을 갖추고 있으며 특이한 형태의 박공지붕 등 1930년대 건축물로서의 가치도 높이 평가된다.대구광역시 동구 각산동에 있었던 반야월역 역시 오랜 기간 중요업무를 담당해온 역이었다. 특히 대구선의 폐역이 되기 전에 주로 안심연료단지의 화물을 담당하던 큰 역이었다. 더군다나 반야월역의 북쪽은 산업단지가 조성돼 있었고, 남쪽은 주택이 들어서 있어 탑승객도 수송물자도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대구에서 영천을 오가던 회사원과 학생들에게 반야월역사는 말장난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반야월역에서 살 수 있던 사과 한 망도, 대구선 기차를 타면 펼쳐지던 사과밭 풍경도 이제는 기억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현재 반야월역은 등록문화재 제270호로 지정됐으며 어린이 도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인근에는 트레킹 코스로 알맞은 공원이 자리해 철도선을 따라 걷거나 자전거 타기에 좋다. 또한 쉼터정자와 운동기구가 갖추어져 있어 어르신들의 휴식처로도 애용되고 있다. 이곳은 반야월공원 및 왕건길과도 연결되어 마음먹고 산책을 나서도 될 만큼 길이 펼쳐져 있다.
[걷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옹기종기행복마을]
마을 전체가 캔버스가 되어 한 폭의 그림으로 거듭난 옹기종기행복마을은 이름 그대로 옹기종기 모여 사는 조그만 동네였다. 1970년대 조성된 옹기종기행복마을은 한때 새마을운동을 펼치기도 했으나 이내 가난한 동네로 전락했다. 낡고 어두운 주택가에 빛을 더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얼룩진 벽, 금이 간 벽은 이제 총천연색으로 화사하게 바뀌었다. 2013년부터 2년에 걸쳐 정비사업을 거친 결과 동네는 기다렸다는 듯 되살아났고 알록달록한 색채가 감성을 자극해 전국에서 방문객들이 찾는 장소가 되었다. 철길 주위로 날리던 분진 대신 나무를 심어 월등히 공기질이 좋아진 데다 곳곳에 마련된 공원과 쉼터로 이웃 간의 정이 더욱 깊어져 쾌적한 동네로 발돋움했다. 철도의 시끄러움 때문에 이야기가 단절됐던 동네는 이제 공동체를 회복해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대구광역시 동구 입석동에 위치한 옹기종기행복마을은 옛 추억이 떠오르게 하는 벽화와 입체적인 그림들이 재미를 선사해 포토존으로 명성이 높다. 구불구불하던 골목은 벽화 구경 덕분에 오히려 미로 게임을 하듯 재미있는 길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산책로와 쉼터, 화분과 텃밭까지 어우러져 걷는 이들마저 행복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옛 대구선은 아양기찻길을 지나 지저동에서 동촌동으로, 검사동에서 방촌동으로 이어지는데 현재는 이처럼 모두 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1992년 대선 당시 김영삼 대통령 후보의 공약사업으로 대구선 이설이 확정되었고, 아양공원, 동촌공원, 반야월공원을 잇는 대구선공원은 이로 인해 조성되었다. 대구선공원은 철도부지를 그대로 살렸기에 동네를 기다랗게 가로지르는 형태이다. 덕분에 따로 공원을 찾아가지 않더라도 일상 속에서 지나게 될 가능성이 높아 주민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기찻길의 무한변신, 레일카페]
기찻길과 함께 열차 내부에서 추억까지 소환하는 곳이 있다. 두 량의 열차 내부를 리뉴얼한 대구광역시 동구 금강역의 레일카페는 기차에 탑승하듯 입장하는 카페로, 더는 달리지 못하게 된 기차의 아쉬움을 풍경으로 달래는 곳이다. 인근의 연 생태관, 생태공원, 수변공원, 프리마켓 등이 함께 어우러져 유원지를 찾은 느낌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여행길에 오른 기분이 들기에 어느덧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 카페가 되었다. 지역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은 이곳은 특산품인 안심연근쿠키, 연근 머핀을 홍보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어 향토 경제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낙후된 지역을 무작정 획일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환경 보존과 문화공간 창출을 동시에 해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곳 레일카페는 주민들에게 만남의 장소로, 관광객들에게 생태문화관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특히 주민 자립 일자리도 마련하여 도심 속 휴양지이자 일터로서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 재생된 도심의 활력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로 돌아가므로 문화공간 마련이야말로 진정한 복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언제나 무료로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옛 대구선 공간들은 오랫동안 사랑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