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5004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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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巫具 |
영어음역 | mugu |
영어의미역 | tools used for shamanic rites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전라남도 진도군 |
집필자 | 최진아 |
[정의]
무속의례에 사용되는 도구
[개설]
진도 지역에서 무속의례에 사용되는 무구들은 다양하지 않다. 의례의 주재자가 강신을 통해 무업에 입문하는 강신무가 아닌, 가계(家系)를 통해 계승되는 세습무 위주로 전승되어 왔기 때문이다. 세습무는 강신무처럼 강신되는 신의 신격(神格)을 대변하는 무구를 지니기보다는 음악성과 예술성에 비중을 둠으로써 무구의 가짓수가 그리 많지 않다. 진도 무속에서 무구는 크게 당골이 소지하는 무구와 의례 종류에 따라 직접 제작하는 무구로 나뉜다. 후자의 경우, 굿을 의뢰한 제갓집에서 급조한 일상용품이 의례에 사용되기도 한다.
[종류 및 형태]
당골이 소지하는 무구로는 정주와 신칼이 있으며, 지전·고깔·손대·넋·넋당삭(넋당석)·고깔 등과 같은 무구는 의례 종류에 따라 의례 전에 직접 제작한다. 또한 혼베와 질베, 그리고 영돈을 만들기 위한 재료들이 미리 준비되어 의례 중간에 적절하게 사용된다. 그밖에 일상에서 사용되는 생활도구들이 의례용구로 전용되는데, 이는 진도 지역의 무속의례가 강신을 통한 의례 위주로 진행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정쇠’라고도 불리는 정주는 불교의 경쇠(磬釗)와 같은 것으로, 주발 형태의 정주에 사슴뿔[鹿角]을 쳐서 소리를 낸다. 정주의 지름은 10~12㎝, 높이 4~5㎝, 녹각의 길이는 17~21㎝ 정도이다. 신칼은 2자루가 한 쌍으로, 칼은 비교적 가늘고 길며 칼자루 부분은 꽈배기 형태로 꼬아져 있다. 칼자루 아래에는 새끼를 꼬듯 가늘게 말린 종이끈이 수십 개 연결되어 있다.
지전(紙錢)은 창호지를 엽전처럼 접어 길게 이어지도록 만든 것이다. 항상 2개를 만들어 사용하며 ‘넋전’이라고도 불린다. 지전의 길이는 만드는 사람에 따라 다른데, 50~60㎝ 혹은 100~120㎝ 등으로 다양하다. 지전은 의례의 전 과정에 사용되어 다양한 상징성을 내포하는 무구로 인식된다.
손대는 대나무로 만들어진 신간(神竿)이며, 신이 내리는 신대이다. 대나무를 약 50㎝ 이상 되게 잘라, 대나무 사이를 한지로 묶는다. 손대는 망자의 혼이 강신(降神)토록 하는 거리인 혼맞이와 손대잡기가 있을 때 사용된다.
넋은 사람의 형상으로 만든 조형물로 의례의 전 과정에 사용된다. 남녀의 성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씻김굿에서 넋은 망자의 혼이 깃들어 있는 대상으로 존재한다.
넋당삭은 망자가 저승에서 살 집으로서 그 안에는 음식[食]인 쌀이 담기며, 돈[錢]인 귀걸이지전이 장식된다. 넋당삭을 제작하지 않는 경우에는 밥주발 안에 넋을 담아 이를 대신한다.
혼베와 질베는 흰색의 무명천을 반복해서 사용하는데 그 폭은 대략 50~70㎝ 정도이며, 길이는 한 필을 사용한다. 혼베와 질베는 길 혹은 다리를 의미한다. ‘고’ 또한 흰색의 무명천으로 만들어지며, 규격은 혼베·질베와 같은 걸 사용하거나 이보다 약간 작은 것을(약 40㎝ 정도) 사용하기도 한다. 고풀이에 사용되며, 일반적으로 홀수로 7, 9 등의 숫자로 맺어진다.
영돈은 망자의 육신을 구체적으로 상징화한 망자의 영대(靈代)이다. 씻김거리에서 돗자리 위에 망자의 옷을 놓고 이를 둘둘 만 뒤, 3~9의 홀수로 매듭을 묶어 그 위에 망자의 넋을 담은 행기(밥그릇)→누룩→솥뚜껑 순으로 얹는다.
일상 생활용품이 의례도구로 전용되는 경우로는 쌀, 망자의 옷, 액그릇, 행기(밥그릇), 솥뚜껑, 바가지, 누룩, 빗자루, 숟가락과 젓가락, 소쿠리, 돗자리, 닭, 칼 등이 있다. 쌀은 액막이와 귀신을 쫓는 벽사(辟邪)의 의미이자 부(富)와 복(福)에 대한 기원이 담겨 있다. 또한 저승에서 먹을 식량(食)의 의미이다. 망자의 옷은 망자의 육신으로 상징되며, 액그릇은 집안의 액을 막아주는 의미이다. 행기(넋그릇, 넋주발)는 망자를 상징하는 넋을 담는 용기(用器) 혹은 집으로 인식되며, 넋당삭을 대용하는 도구(道具)로 사용된다. 소쿠리는 넋당삭의 배 역할을 한다. 빗자루는 ‘씻김’에서 영돈을 씻기는 것으로, 망자를 정화시켜 주는 상징적인 매개체이다. 돗자리는 ‘제석자리’라고도 불리며, 망자가 누워 있는 자리이며 망자의 옷과 함께 말려지는 경우에는 망자의 육신을 상징한다. 닭은 망자를 대신하는 제숙이다. 칼은 주방용 칼로서, 잡귀·잡신과 함께 망자의 혼이 집안에 남아있는가를 확인하는 용도이다.
[생활민속적 관련사항]
정주는 큰굿에서는 제석굿에, 작은굿에서는 제왕맞이에 사용되며, 정주 소리는 굿청을 성스러운 공간으로 전환시켜 주는 의미를 지닌다. 정주는 불교류의 천신인 ‘제석’을 상징하는 제석거리에 사용되어, 불교와의 연관성을 드러내는 무구이다. 일부 당골은 정주 대신 복개나, 주발을 사용하기도 한다. 신칼은 사용 용도에 따라 축귀의 도구이며, 신간(神竿)으로서 신이나 혼이 내리는 혼맞이에서는 청신(請神)의 상징이다. 씻김거리에서는 혼을 맞아오고 저승문을 두드리는 대상으로 인식된다. 신칼이 없는 경우에는 숟가락이나 젓가락으로 대신한다.
지전은 당골의 춤동작을 통해 상징성이 표출되기도 하며, 씻김굿의 넋올리기에서는 ‘넋’을 끌어올려, 망자가 의례에 만족하였는지의 여부를 파악하는 점구(占具)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불교의식에서처럼 죽은 사람이 저승세계를 가기 위해 강을 건널 때 쓰는 노잣돈을 의미하기도 한다. 손대는 신이 강신하지 않는 세습무계에서 신을 맞아들이는 유일한 무구이며, 신격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넋은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의례과정 내내 죽은 망자로 인식이 된다. 넋당삭은 의례 과정 내내 망자의 넋이 담겨 있는 대상으로 인식되며, 길닦음에서는 망자가 저승으로 타고 갈 운송 수단이다.
혼베는 혼맞이에서 망자의 혼이 타고 내려오는 것을 상징하고, 질베는 길닦음에서 망자가 저승으로 가는 길을 상징한다. ‘고’는 곧 망자의 가슴속에 맺혀있는 ‘한(恨)’과 ‘원한(怨恨)’의 상징적인 의미이다.
영돈에서 솥뚜껑은 망자의 머리를, 손잡이는 상투로 인식되어 결혼한 성인을 상징한다. 결혼을 하지 않은 미성년이 죽었을 경우에는 바가지로 이를 대신한다. 누룩은 머리를 받쳐 주는 베개의 의미와, 망자의 혼을 부르는 ‘곡자’의 의미로 해석된다.
[제차]
씻김굿의 의례 절차에 따라 사용되는 무구를 살펴보면, 안당에서는 당골이 가지고 있는 징과 액맥이상의 액그릇이, 혼맞이에서는 손대·혼베·넋·산 닭이 사용된다. 초가망석에는 지전과 손대·넋·넋당삭(혹은 행기)이, 손님굿에서는 장구·지전·손대가, 제석굿에서는 정주(혹은 복개)·쌀·명태 등이 사용된다. 고풀이에서는 고풀이베가, 씻김에서는 영돈·신칼(혹은 젓가락이나 숟가락)·지전·넋·빗자루·쑥물·향물·청계수 등이, 넋올리기에는 지전과 넋이, 천근풀이에서는 지전·넋·저승에서 쓸 돈이, 희설에는 넋·지전·액그릇·영정·촛불이 사용된다. 길닦음에서는 질베·지전·넋당삭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종천에는 무녀가 사용하는 징과 사자를 위한 신발 3켤레가 준비되며 이 날 사용된 무구와 망자의 옷 등이 소각된다.
[현황]
진도 지역에서는 당골이 소지하는 무구 가운데 정주 대신 복개를, 신칼 대신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넋당삭과 같이 숙련된 기술이 요구되는 종이 무구는 일부의 세습무만이 제작하고 있으며, 점쟁이류의 강신무들은 이를 만물상 등에서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일부 세습무 중에 넋당석 대신 밥주발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특정한 연행행사나 무대행사에만 이를 사용한다. 이처럼 무구가 다른 일상용품으로 대체된다 하더라도 그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으며, 대체된 도구에 종교적 상징성이 투영된다. 또한 세습무들이 생활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의례도구의 단순성을 보충하여 굿의 일상생활적 친화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