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2002년 8월 발생해 충청남도 서산 지역을 비롯한 전역에 피해를 일으킨 태풍.

[개설]

2002년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전국을 강타한 제15호 태풍 루사(RUSA)는 최저 중심 기압이 950hPa, 중심 최대 풍속이 41m/s로, 빠른 풍속과 강한 바람, 많은 비를 동반하여 1959년 태풍 사라(SARAH) 이후 우리나라에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 ‘루사’의 명칭은 말레이시아에서 제출한 것으로, 말레이 반도에 사는 사슴과의 일종이다.

루사는 1904년 한반도에서 기상 관측 개시 이래 가장 많은 1일 강수량을 기록한 태풍으로, 강원도 강릉에서 870.5㎜를 기록하였다. 대부분의 태풍이 북태평양 고기압의 기압골에 따라 편서풍을 타고 빨리 이동하는 것과 달리, 루사는 상층 편서풍이 약해 한반도를 느리게 지나갔다. 게다가 태백산맥 상층부에 형성된 비구름대에 북서쪽의 저온 다습한 공기가 합류되어, 강원도 동부에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태풍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8월 30일부터 9월 1일 11시까지 내린 비의 양은 제주도 산간 지방이 400~700㎜, 남해안 지방은 200~400㎜, 강원도 영동 지방은 350~900㎜로 기록적인 강수량을 보였으며, 최대 순간 풍속 56.7m/s의 강풍을 동반하였다.

[경과]

루사는 8월 23일 오전 9시경 괌 섬 동북동쪽 약 1,800㎞ 부근 해상에서 발생하여, 26일 오전 3시경에 태풍으로 발달한 후, 30일 오전 9시경 제주도 서귀포 남남동쪽 약 430㎞ 부근 해상에서 북상하였다. 오후 3시경 전라남도 고흥반도 남쪽 해안으로 상륙하여 순천, 무주를 통과하였고, 자정쯤 태풍의 중심이 충청도 근처를 지나 9월 1일 오전 3시경 충청북도 보은 부근을 거쳐 갔다.

그리고 9시경 강원도 속초 부근에서 열대 저기압으로 약화되었는데, 다른 태풍과 달리 이동 속도가 느려 전국 대부분의 지방이 강풍과 폭우를 겪었다. 이는 최저 중심기압이 950hPa이던 태풍 매미의 강한 세력과 에너지가 한반도에 대부분 집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즉, 태풍 루사는 9월 1일 오후 4시경, 강원도 속초 북동쪽 130㎞ 부근 해상에서 그 세력을 다할 때까지 한반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태풍이었다.

[결과]

태풍 루사는 기록적인 호우와 강풍으로 인해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초래하였다. 특히, 교량·도로·건축물 등이 많은 피해를 입었으며, 이로 인한 재산 피해액은 약 5조 3000억 원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또한 건물 2만여 동과 농경지 약 15만㏊가 물에 잠기고 이재민이 6만 명이 넘었으며, 200여 명이 사망·실종 되는 등 사상 최악의 피해를 냈다.

충청 지역은 비교적 피해가 적었으나, 서산시의 경우 약 120㎜의 강우로 인해 이재민 15가구에 약 45명이 피해를 입었다. 또한 건물 피해액은 1억 800만 원, 총 피해액은 5억 7461만 4000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태풍의 넓은 강풍역으로 인하여 강한 바람이 계속되었고, 이로 인해 서산시에서는 부석면을 중심으로 백수 현상이 심각하게 발생하여 벼의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백수 피해를 입은 서산시 전체 논의 면적은 5,500㏊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