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9028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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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半-新郞 |
영어음역 | Banjjogi Sillang |
영어의미역 | The Tale of a Beast Groom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 매산리 |
집필자 | 정혜경 |
[정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 매산리에서 전해 내려오는, 반쪽이 신랑이 좋은 아내 맞이한 이야기.
[채록/수집상황]
1976년에 채록되어 1990년에 출간한 『용인군지』에 실려 있다.
[내용]
옛날 어느 마을에 한 여인이 아들을 낳았는데 보기에도 끔찍한 병신의 모습이었다. 다리만 둘일 뿐 눈도 하나, 귀도 하나, 팔도 하나였다. 그래서 누가 이름을 지은 것도 아니었건만 반쪽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불렸다. 그런데 모정이란 무서운 것이어서 어머니는 아이를 곱게 잔병 없이 키웠다. 여남은 살이 되니 여느 아이보다 몇 갑절이나 기운이 좋아 오히려 곤란한 일이 많이 일어날 지경이었다. 일도 남보다 갑절로 하고 나무도 갑절씩 해왔다.
하루는 토끼를 붙잡겠다고 쫓아가다 토끼가 바위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바위를 쳐들어 내려굴려서 남의 집 장독대를 엉망으로 만들고 말았다. 깨진 장독의 값을 물어내니 살림이 더 궁색하게 되었다. 또 하루는 소를 돌보다 파리가 소 잔등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잡으려고 손바닥으로 내리쳤는데, 어찌나 세게 내리쳤는지 소가 죽어 버렸다. 이렇게 되자 반쪽이의 형은 화가 났다.
‘아니 불과 며칠 사이에 장독대 값을 물어 주었는데 또 소를 죽이다니. 이렇게 두었다가는 안 되겠다. 집안 살림이 바닥나기 전에 손을 써야지.’ 하고 형은 나무하러 갈 때 반쪽이를 데리고 산으로 가서 지게고리로 큰 참나무에 반쪽이를 동여매 놓고 돌아왔다. 어머니는 섬뜩한 예감이 들어 저녁때 돌아온 큰아들을 붙잡고 반쪽이를 어쨌느냐고 따져 물었더니, “어머니, 그녀석은 아무래도 집안 망칠 자식이기에 제가 산 속 큰 나무에 묶어 놓고 왔어요.” 하고 큰아들이 대답했다.
어머니는 간이 철렁해서, “이놈아, 그러다가 굶어죽든지, 짐승의 해라도 입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 하였지만 큰아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렇게 되라고 묶어 놓고 온 건데요. 뭐?” 하였다. 이렇게 모자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울리며 집까지 흔들렸다. 형이 깜짝 놀라 보니, 반쪽이가 싱글벙글 웃으며 들어오는 것이었다.
겁이 난 형이 뒤꼍으로 도망치려고 하자 반쪽이가 이를 말렸다. “형은 무서워할 것 없소. 나도 형 입장이었다면 그런 생각을 했을 거요. 그리고 어머니, 여름에 시원하게 쉬시라고 정자나무 하나 갖고 왔으니 나와서 보세요.” 이 말을 듣고 어머니가 나가 보니, 형이 반쪽이를 묶어 놓았던 나무를 통째로 뽑아왔고 묶어 두었던 지게 꼬리는 토막토막 끊겨 있었다.
하루는 반쪽이가 어머니한테, “어머니, 나도 장가 좀 들여 줘요!” 하였다.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며, “이 녀석아, 네가 병신도 이만저만한 병신이라야 그러지. 그래 너를 보고 어느 누가 딸을 준단 말이냐?” 하였다. 그런데 대뜸, “건넛마을 김동지네 막내딸이 잘났다는데 그 색시에게 얘기 좀 해줘요.” 어머니는 깜짝 놀라서, “이 녀석아, 큰일날 소리 마라. 우리가 그 집 논밭을 부쳐 먹고 사는 처지에 그런 소리 들어가면 부치던 논마저 떨어질라.” 하는데 반쪽이는, “흥! 제까짓 거 힘으로라도 뺏어 오지 뭐가 걱정이야?” 하고 큰소리를 쳤다.
어머니는 걱정이 되어 김동지네 집으로 사람을 보내 집 주위를 잘 지키라고 당부하였다. 김동지 집에서는 안팎으로 발끈 뒤집혔다. 김동지는 머슴들을 동원하여 야경을 돌게 하고, 밤을 세워 가며 만약의 일에 대비하였다. 반쪽이는 아침에도 저녁에도 밤에도 하루에 서너 번씩 건너가서 집 둘레를 휭 둘러보고 건너오곤 하였다. 그러기를 일 주일이나 하니 머슴뿐만 아니라 모두들 지쳐서, 하루 저녁은 아주 무아지경같이 깊게 잠이 들어 버렸다.
반쪽이는 이 기회를 기다렸다는 듯이 어슬렁어슬렁 김동지 집으로 건너갔다. 먼저 대문을 지키는 머슴의 상투를 끌어 문지방에다 동여매 놓았다. 사랑에 들어가서 색시 아버지 수염에다 유황을 잔뜩 바르고 색시 오라버니의 양쪽 손에는 방망이를 한 켤레 동여매 놓았다. 안마당으로 들어가서 마당 귀퉁이에 쓰러져 자는 녀석을 번쩍 들어 담 위에다 허리를 걸쳐 놓았다. 또 두 녀석은 상투를 끌러 맞붙잡아 매었다. 안채 지게 옆에 쓰러진 놈들에게는 건넌방에 걸린 쇠죽솥을 떼어다 엎어 씌워 놓았다.
건넌방에 들어가 보니 며느리가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다. 반쪽이는 며느리를 달랑 들어다 윗목 시렁에 허리를 걸쳐 얹어 놓고 한 손에는 작은 북, 또 한 손에는 채를 껴잡아 매두었다. 안방에 들어가서는 의장 밑에서 놋대야를 꺼냈다. 몇 대째 내려오는지 무지하게 큰 다듬잇돌에 색시 어머니의 허리를 걸쳐 묶었다. 양쪽 손에는 방망이 하나씩을 들려서 묶어 놓고 그 앞에는 대야를 엎어 놓았다. 이제 남은 건 코흘리게 애들 몇 밖에 없었다.
반쪽이는 색시를 명주이불로 둘둘 말아 옆구리에 끼었다. 그리고 집 안을 향해 벽력 같은 소리를 질렀다. “반쪽이 신랑이 색시 데리고 가신다.” 이 말을 듣고 잠이 깬 색시 어머니가 먼저 쿵쾅쿵쾅 방망이로 대야를 두들겨서 집 안의 모든 사람들이 놀라 깼다. 건넌방에서는 동당동당 며느리의 장구 소리가 나고, 솥 밑에서는 천지개벽을 했다고 머슴들이 요동을 쳤다.
사랑방에서는 영감님이 성냥개비에 불을 붙이려고 화로를 찾다가 수염에 불이 붙었다. “아버지 탄다. 아버지 탄다.”라고 아들은 불을 끄겠다고 손에 매어진 방망이로 아버지의 머리를 무수히 두들겼다. 마당에서는 “왜 남의 상투를 움켜잡고 놓지 않느냐!”며 머슴 둘이 맞붙어 싸웠다. 담 위의 또다른 머슴은 소리도 못 지르고 허우적거리고, 대문간 머슴은 일어나려다가 꼬꾸라졌다. 쿵쾅둥당 하는 소리를 듣고 반쪽이는 속으로 웃으며 자신의 집으로 왔다. 색시를 어머니 방에 맡기고 자기는 따로 가서 잤다.
이튿날 반쪽이는 색시를 가마에 태워 김동지의 집으로 돌려보내고, 자신은 뒤꼍으로 돌아가더니, 얼굴 껍질을 한 겹 벗겨 내었다. 이로 인해 갑자기 미남자가 되어 벗은 허물을 들고 나오니 이를 본 식구들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는 반쪽이가 아니었으므로 김동지 집에 통혼을 하여 반쪽이는 그 집 색시에게 장가들고, 재산은 반을 갈라 받았다. 반쪽이는 “나는 원래 천상 선관이었는데 잠깐 죄를 지어 흉한 허물을 썼다가 이제 기한이 차서 원 모습을 나타낸 것입니다.”라고 얘기하자 사람들은 의문을 풀게 되었다. 그뒤 반쪽이 아닌 반쪽이는 과거에 급제하여 높은 벼슬을 하고 잘살았다.
[모티프 분석]
「반쪽이 신랑」은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하는 민담이다. 이 민담은 눈도 하나, 귀도 하나, 팔도 하나인 채 태어난 반쪽이가 재치 넘치는 행동으로 김동지의 막내딸을 얻고 결국 자신의 뜻을 실현하는 이야기이다. 반쪽이가 김동지의 딸을 데리고 왔다가 다음날 가마에 태워 돌려 보낸 행위는 악의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김동지의 가족을 골탕먹인 행위는 외형적으로는 부족하지만 김동지의 사위로서 손색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편, 자신을 무시한 이들에 대한 일종의 응징에 해당한다.
김동지의 딸과 혼인하기 위해 애쓴 반쪽이는 스스로 허물을 벗고 추남에서 미남으로 변신한다. 그가 탈신할 수 있었던 것은 천상에서 지은 죄를 속죄받았기 때문인데, 이와 같은 탈신 모티프는 완벽한 인간으로 거듭났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반쪽이 신랑」은 적강, 곧 인간세상으로 내려온 신선 모티프와 탈신 모티프 등 다양한 흥미소들이 결합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