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80012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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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背景現代文學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전라북도 부안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형미 |
수록 시기/일시 | 2002년 - 「곰소댁」 『기차를 놓치다』에 수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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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 시기/일시 | 2010년 - 「곰소염전」 『칸나의 저녁』에 수록 |
수록 시기/일시 | 2018년 - 「수직의 이해」 『사랑할 게 딱 하나만 있어라』에 수록 |
수록 시기/일시 | 2019년 - 「곰소항」 『둥지는 없다』에 수록 |
배경 지역 | 곰소 - 전라북도 부안군 진서면 곰소리 |
[정의]
전라북도 부안군 진서면에 있는 곰소를 배경으로 하는 근대 문학 이후의 시 문학 작품.
[개설]
문학사에 있어서 시대 구분의 일종으로 분류되는 현대 문학은 언제가 시작인지에 대해서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기 때문에 정확하게 구분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문화의 대중화가 시작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 나온 문학 작품을 말한다. 그중에서 ‘곰소 배경 현대 문학’은 김형미의 「수직의 이해」, 손세실리아의 「곰소댁」, 손순미의 「곰소염전」, 강민숙의 「곰소항」 등 ‘곰소’를 소재로 쓴 시 문학 작품들을 뜻한다.
[내용]
곰소는 원래 ‘웅녀도(熊女島)’라는 이름을 가진 섬이었다. 일제 강점기, 군수 물자와 농산물을 실어내기 위해 인공으로 조성하여 육지가 되었다. 곰소에는 범섬, 곰섬, 까치섬 등의 무인도도 있었다. 그 중 곰섬 앞에 큰 못이 있었는데, 명주 실꾸리 하나가 다 풀어져 들어갈 만큼 깊었다고 한다. 지역 속담 중 ‘곰소 둠벙 속 같다.’는 말이 있는데, 바로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현재는 속내를 잘 내보이지 않아 그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을 두고 쓰이는 속담이기도 하다. 곰을 닮은 곰섬을 ‘웅연도(熊淵島)’라고도 했는데,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 “금모포는 부안현 웅연 남쪽에 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리고 곰소 염전에서 나는 소금을 장난삼아 거꾸로 부르기 시작한 데서 ‘곰소’라 불렀다는 얘기도 있다.
곰소항은 토사로 수심이 낮아진 줄포항을 대신하여 일제 강점기에 제방을 축조하면서 만들어졌다. 곰소항 북쪽에는 8㏊에 달하는 넓은 천일염전이 있어 소금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근해에서 나는 싱싱한 어패류를 즉석에서 회로 맛볼 수 있어 횟집 단지도 조성되어 있다. 대규모 곰소 젓갈 단지가 있어 주말이면 많은 관광객으로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곰소에는 현재까지도 많은 시인 묵객들이 찾고 있다.
1. 김형미의 「수직의 이해」
부안 출신인 김형미는 2018년에 시집 『사랑할 게 딱 하나만 있어라』에 「수직의 이해」를 수록하여 푸른사상에서 출간했다. 시인은 이 시에서 ‘수직으로 서고자 하는 것들’의 쓸쓸함을 노래한다. 그리고 ‘빗줄기’라든가, ‘부스스 빗소리를 내는 곰소만 갈대들처럼/ 끝내 서서 살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까지도’ 이해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이 시를 통해 눕지 못하고 서 있는 것들의 노고를 헤아리고자 하는 시인다운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수직으로 서고자 하는 것들의 쓸쓸함을
나는 이해한다 획을 말하는 그의 입술과
몇 날을 뜬눈으로 다가드는 저 빗줄기와
부스스 빗소리를 내는 곰소만 갈대들처럼
끝내 서서 살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까지도
-김형미, 「수직의 이해」 부분
2. 손세실리아의 「곰소댁」
정읍 출신의 손세실리아는 2002년 애지에서 간행한 시집 『기차를 놓치다』에 수록된 시 「곰소댁」을 통해 ‘수협공판장 일용직 잡부 곰소댁’을 보다 사실적으로 담아내었다. 바닷가 작은 항구 마을에 사는 여인의 삶이 얼마나 억척스러운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고등어 배 갈라 속 긁어내는데/ 단 몇 초도 안 걸린다는 곰소댁’이지만, ‘빈속에 해장이라도 한 잔 걸칠 양이면/ 야속함도 탓함도 싹 잊어버리’는 화통한 면도 있다. 단단히 일당을 챙겨 한눈 한 번 안 팔고 억척으로 사는 맹하고 선한 곰소댁은, 곰소 혹은 부안에 사는 여인들의 삶으로 그려지고 있다.
뱃놈 시절엔 계집질로 뭉칫돈 탕진하고
말년엔 노가다 십장질로 알탕갈탕 번 돈
노름방에 홀랑 갖다 바친 서방 덕에
새새틈틈 갈라 터진 손으로
등 푸른 어육의 배를 째고
물컹한 내장 그악스레 훑는다는
수협공판장 일용직 잡부 곰소댁
-손세실리아, 「곰소댁」 부분
3. 손순미의 「곰소염전」
손순미는 2010년 서정시학에서 간행한 시집 『칸나의 저녁』에 수록된 시 「곰소염전」을 통해 존재의 시작이면서 존재의 마지막 도착지가 되어야 할 ‘집’을 가꾸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피안의 저 풍경 어디쯤/ 만개한 도원’과 같이 생의 꽃밭이 집 안에 펼쳐져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집의 껍데기는 완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일지는 모르지만,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 또한 집이다. 가장 내밀하고 은밀한 고통의 순간들을, 나아가서는 죽음까지도 지켜보고 또 감당해야 하는 곳인 것이다. 하지만 시 속에서 시인은 ‘무섭게 조용한 염전’처럼 순간순간을 잘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빛의 긴 손가락이
쩍쩍, 몸을 찌르는 땡볕
막막한 저 소금의 섬
……
피안의 저 풍경 어디쯤
만개한 도원이 있겠지
-손순미, 「곰소염전」부분
4. 강민숙의 「곰소항」
부안 출신의 강민숙은 2019년 실천문학사에서 간행한 시집 『둥지는 없다』에 수록된 시 「곰소항」에서 ‘눈부신 소금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비참하고 절망적인 현실을 딛고 일어나 삶을 승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곰소항은 그녀에게 있어 어둠을 이겨내고 일어서는 버팀목이다. 때문에 시인이 그려내는 곰소항은 결코 궁상스럽거나 슬프지 않다. 되레 ‘새우, 멸치, 바지락 젓갈에 섞여/ 구수하게 곰삭아’지고자 한다. 그래서 뼛속까지 눈부시고 빛이 나 그의 시는 재미가 있다. 시인은 그 재미를 곰소 염전에 발 한 번 담가볼 수 있는 곰소항에서 찾는다.
곰소 염전에
발 한 번 담가보자
그러면 나도 눈부신
소금이 될 수 있을까
……
뼛속까지 빛나는
소금이 되어
새우, 멸치, 바지락 젓갈에 섞여
구수하게 곰삭아질 수 있을까
-강민숙, 「곰소항」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