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0017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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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歲時風俗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경기도 포천시 |
집필자 | 정진각 |
[정의]
경기도 포천지역에서 계절에 맞추어 관습적·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생활 의식.
[개설]
세시 풍속은 일상생활에서 음력 정월부터 섣달까지 같은 주기에 반복하여 거행하는 주기 전승(週期傳承)의 의례적인 행위이다. 세시 풍속이 생활에 정착된 시기는 일정하지 않으나, 인간이 같은 자연 환경과 역사 속에서 생업과 언어를 같이해 오는 동안 생활 관습의 동질성을 갖고 필요에 의해 관습화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 번 토착하면 생활 양식이나 의식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오래 지속되기 마련이다. 넓은 지역의 많은 사람들에 의해 반복되는 생활 관습일 때 그 세시 풍속은 확고한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일 년 혹은 수년을 단위로 같은 시기에 반복되는 주기 전승 의례이기에 시계성과 주기성·순환성을 특징으로 한다. 또한 세시 풍속은 농사의 시작에서 파종, 수확, 저장에 이르기까지 농경 주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세시 풍속은 대개 일정한 지역의 주민이 한데 어울리거나 가족들이 함께 놀고 마시고 겨루는 일들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춘하추동의 계절과 관련 있는 명절들이 중심이 된다. 그리고 농경 사회였기 때문에 농한기에 집중되었고, 음력을 주로 썼기 때문에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것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포천의 세시 풍속]
포천시의 세시 풍속은 크게 4계절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봄
봄은 설과 대보름으로, 설날에는 설빔으로 차려입고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며 성묘를 한다. 그리고 부모와 어른에겐 세배를 하고 덕담을 듣기도 한다. 설날의 차례 상의 음식으로는 떡국[만두를 넣은 떡국], 누름적, 삼색실과, 약과, 삼색과자, 고비, 숙주나물 등을 놓는다. 대개 이날은 가족과 친족들이 모여 인사를 나누며 서로 덕담을 나누고 윷놀이를 하기도 한다.
대보름 은 마을 전체의 축제일이다. 대보름이 지나면 농가는 무척 바빠진다. 그러므로 마을의 평안과 농사를 위한 기풍(祈豊) 의례를 거행하는 마을이 많다. 또한 ‘어부슴’이라 하여 정월 대보름날 해가 뜨기 전에 남보다 일찍 일어나 창호지에 아이들의 이름과 생년월일시를 쓰고 밥을 나이 수대로 조금씩 떠 봉지에 넣어서 개울에 떠내려 보내는 풍습이 있다.
또 이날은 개인이나 마을의 편안을 위한 속신도 많다. 밤이나 호두 같은 단단한 껍질을 깨무는 관습이 있는데, 이것을 부럼이라고 한다. 즉 이가 튼튼함을 기원하는 속신이다. 귀밝이술[耳明酒]을 한 잔씩 마시는 것은 귀가 밝아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즉 일 년 중 좋은 소식만을 듣게 해 달라는 소원이 담긴다.
2월에는 ‘머슴날’이라 하여 이날 하루는 머슴들의 사기를 돋우어 주기 위해 음식을 배불리 먹게 하고 놀리거나 시간을 내어 주었다고 한다.
2. 여름
단오 를 수릿날, 중오절(重五節), 단양(端陽), 천중절(天中節)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날은 모심기가 거의 끝날 무렵이라서 농사가 잘 되게 해 달라고 축원하는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일 년 동안 여인네들이 참빗만을 가지고 머리 손질을 해 오다가 이날이 되면 창포를 우려낸 물로 머리를 감았다고 한다. 또한 단오에는 여인들은 추천(鞦韆)[그네뛰기]을 하고 남자들은 씨름을 즐겼다고 한다.
단오 의 절식으로는 느티 범벅, 쑥 범벅, 귀리 범벅, 무시루 범벅, 수리치 범벅 등의 다섯 가지가 있다. 이 무렵이 되면 병마가 창궐하는 철이라 개인의 건강을 위한 풍속이 많다. 쑥과 익모초를 사용하여 액땜을 하기도 하고 남자는 씨름, 여자는 그네뛰기를 즐기면서 건강을 증진하는 풍속이 있다.
3. 가을
7월 칠석날에는 밀가루에 아무 것도 넣지 않고 하얗게 부친 ‘밀떡’을 만들어 성주, 터주, 조왕, 제석 등에 석 장씩 놓았다. 먹는 것은 애호박을 넣어서 부친다.
추석 은 설과 함께 가장 큰 명절 중 하나로 약주를 담그고 송편을 빚어 차례 상 준비를 한다. 원래는 가을 추수를 감사하며 조상께 지내는 제(祭)이기는 하지만 절기가 이를 때에는 차례 지낼 곡식만을 미리 추수한 후 나머지 곡식은 추석 후 추수하기도 한다. 추석의 절식으로는 송편이 있다. 송편은 쌀로 만들며, 송편 속으로는 동부를 넣는다. 그리고 다른 떡으로 인절미도 한다. 추석의 상차림에는 송편과 함께 누름적도 한다. 누름적은 녹두·배추·도라지·고비 등을 넣고 프라이팬에 부친다. 추석 차례 상에는 메를 안 놓고 송편과 국을 놓는다. 국은 무·쇠고기·다시마를 넣고 끓인다.
4. 겨울
10월 중에는 각 집안마다 좋은 날을 택하여 제사를 지내 드리지 못한 5대조가 넘는 조상들의 제사를 한꺼번에 지내는 시제를 지낸다. 또 산신제는 ‘산치성’이라고도 하며, 매년 10월 보름날 아침 해 뜨기 전에 지낸다. 동짓날은 지난 한 해 동안의 여러 나쁜 액이나 귀신들을 쫓는 날로 귀신을 쫓는 색이라는 붉은 색을 띈 팥죽을 쑤어 집안 곳곳에 놓아두고, 또한 여기저기에 뿌렸다고 한다. 섣달 그믐날 저녁에 조상을 모신 사당에 가서 촛불을 켜 두며, 배석 자리를 깔아 놓고 절을 한다. 밤 10시 무렵에 사당 있는 집과 노인네들 계신 집에 몰려다니면서 묵은세배를 한다.
[의의와 평가]
우리나라 세시 풍속을 기능별로 구분하자면 정월은 기원 행사, 5월의 행사는 성장 의례(成長儀禮), 8월은 감사 행사라고 할 수 있다. 포천시는 남북 분단 이전에는 북방 지역과 서울을 잇는 교통의 요지였던 관계로 남북의 문화가 많이 어우러졌다. 따라서 포천은 다른 지역과 달리 다양하고 풍부한 세시 풍속적인 행사나 놀이를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까지는 세시 풍속이 잘 계승 유지되었으나 최근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이러한 전통 문화도 소멸되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