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조선 말기 충청남도 공주에서 활동한 교육자.

[개설]

조선왕조는 1880년대에 오랜 쇄국정책을 버리고 외국의 여러 나라와 통상수호조약(通商修好條約)을 맺음으로써 본격적인 개화기에 돌입하였다. 1882년에 미국·영국·독일과의 교류를 개시하면서, 1884년에는 러시아와 1886년에는 프랑스와 통상수호조약을 체결하였다. 이에 앞서 일본과는 1876년(고종 13) 불평등조약으로 강화도조약을 체결하였다.

이와 같은 문호개방의 영향으로 여러 문물과 함께 서구의 학문과 지식이 물밀듯이 들어왔으며, 초기에는 소수이기는 했지만 개화 사상가들에 의해 서구의 문화를 수용하려는 근대 교육 운동이 일어났다. 1895년(고종 32) 2월에 고종은 「교육조서(敎育詔書)」를 발표하여 근대적인 교육제도의 기틀을 마련하였으며, 전국의 주요지역에서 사학(私學)과 관학(官學)들이 개설되기 시작하였다.

1896년(고종 33)에는 「칙령」 제36호에 의해 전국을 13개 도(道)로 나누는 새로운 행정제도를 시행하였다. 따라서 공주 지역은 공주목에서 공주부로 개편되고, 27개군을 담당하던 공주는 개칭된 충청남도에 속하여 새롭게 행정 중심지가 되었다. 이런 시기에 민족 교육에 뜻을 둔 심기섭(沈驥燮)은 조선인들의 민족적 자각심을 기를 목적으로 1898년(고종 35) 충청남도 공주 지역에서는 최초의 개화기 근대학교이며 민족계 사립초등학교인 공주사립소학교를 세웠다. 이는 개화기에 새로운 학교제도를 국가가 마련한 지 3년 후의 일이었다.

그러나 공주사립소학교는 을사늑약 체결 후 1906년 「보통학교령」 공포에 의한 소학교의 보통학교 개편에 따라 1906년 9월 1일에 공립공주보통학교(현재의 공주중동초등학교)로 개편됨으로써 민족성 자각을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가 일제 식민지 교육기관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불과 8년밖에 운영하지는 못했지만 공주사립소학교는 충청남도 공주 지역에 세워진 최초의 사립학교로서 재학생들이나 지역 주민들에게 크게 인정받았던 것 같다. 공주사립소학교를 폐교하여 공립공주보통학교로 개편하자 재학 중이던 학생들이 모두 자퇴해 버렸으며, 공립공주보통학교를 개교하면서 초대 교장으로 심기섭을 임명한 사실 등을 고려하여 보면 당시의 학생들이나 공주 지역민들의 배일 감정이 매우 컸으며, 공주사립소학교에 대한 애교심이 매우 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활동사항]

심기섭은 서울에서 신학문을 배우고 공주로 낙향하여 교육입국의 이념을 실현코자 하였으나, 학교설립을 위한 큰돈이 없었다. 이에 당시 충청도관찰사인 김가진(金嘉鎭)은 심기섭의 사람됨을 보고 백 원을 설립기금으로 내어 놓았다. 이것을 바탕으로 심기섭은 1898년(고종 35) 11월에 전통적인 서당을 대신하여 공주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근대적인 사립소학교를 개설하였다.

처음에 공주사립소학교는 충남관찰부(현재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부설 중학교가 있는 자리)의 건너편에 있는 객사(현 공주중동초등학교)의 한 칸을 빌어서 사용하였으며, 심기섭 혼자서 산술, 국어, 한글, 습자 등 기초적인 신학문을 가르쳤는데 학생은 30세가 넘은 장년 24명이었다. 그 후 심기섭은 공립공주보통학교의 초대 교장으로 부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