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경상남도 함안 지역에서 같은 성과 본관을 가진 사람이 대대로 모여 사는 촌락.

[개설]

집성촌은 성(姓)과 본관(本貫)이 같은 부계(父系)의 혈족들이 모둠살이를 하고 있는 마을이다. 이를 '동성촌(同姓村)', '동족 부락', '동족 마을', '동성 마을' 등이라고도 한다. 집성촌은 대체로 함안군 전역에 분포되어 있다. 함안의 성씨에 관한 기록으로 가장 오래된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와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는 공통으로 이씨·조씨(趙氏)·채씨(蔡氏)·윤씨·유씨(劉氏)·정씨(鄭氏)·최씨(崔氏)·김씨·강씨(姜氏) 등이 기록되어 있다. 또한 칠원조(漆原條)에는 김씨·윤씨·정씨(丁氏)·제씨·남씨 등이 실려 있다. 그 후 1587년(선조 20)에 한강(寒岡)정구(鄭逑)[1543∼1620]가 편찬한 『함주지(咸州誌)』에는 기존의 성씨 밑에 이어서 재령 이씨, 성주 이씨, 함종 어씨, 순흥 안씨, 경주 박씨, 밀양 박씨, 선산 김씨, 진주 하씨, 고창 오씨, 완산 이씨, 인천 이씨, 광주 안씨, 김해 허씨, 광주 반씨, 여주 이씨, 합천 이씨, 창녕 성씨, 상주 주씨 등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 중기의 유학자 매죽헌(梅竹軒)이명호(李明怘)[1565~1624]는 「중수 향안 서(重修鄕案序)」에서 "군내의 대성 명족인 조씨(趙氏)는 토착 성씨이며, 재령 이씨·성주 이씨·여주 이씨·인천 이씨도 또 하나의 토착 성씨이다. 순흥 안씨·광주 안씨·함종 어씨·선산 김씨·울산 김씨·고창 오씨·진양 하씨·밀양 박씨·경주 박씨 및 그 밖의 성씨는 다 열거할 겨를이 없으나, 모두 크게 번성하여 명경 거공(名卿鉅公)이 서로 이어 배출되었다."라고 하였다.

1940년 정원호(鄭源鎬)가 김천 지역을 비롯하여 경상도 각 군(郡)의 지지(地誌)를 묶어서 간행한 『교남지(嶠南誌)』 함안 편에는, 이전 『함주지』에 기록된 성씨들 외에 회원 황씨·청송 심씨·창녕 조씨·남양 홍씨·광주 노씨·청주 한씨·온양 방씨·나주 나씨·분성 배씨·문화 유씨·능성 구씨·파평 윤씨·칠원 윤씨 등이 실려 있다. 또한 칠원 편에는 기존의 윤씨·김씨·정씨(丁氏)·제씨·남씨 아래에 본관의 기록 없이 주씨(周氏)·황씨·배씨·안씨·조씨(趙氏)·곽씨·강씨·이씨·박씨·한씨가 추가되어 있다.

위의 기록들을 보면 조선 초기에는 10여 개 미만의 성씨들이 토착하고 있었으나 본관의 기록이 없어 정확히 고찰할 수 없다. 그 후 조선 중기에 들어 많은 사대부 성씨들이 늘어났는데, 오늘날 함안 지역의 대표적인 성씨들이 대부분 이 시기에 입향한 것을 알 수 있다. 『교남지』의 기록을 보면 이후에도 조선 후기까지 계속 다양한 성씨들이 함안으로 이거하였음을 알 수 있다.

[특징]

함안 지역 집성촌 형성의 특징은 크게 네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원래부터 세거한 사족(士族)으로 함안 조씨·함안 이씨·칠원 윤씨·칠원 제씨가 있다. 함안 조씨는 공민왕 때 공조 전서를 지낸 금은(琴隱)조열(趙悅)이 고려가 망하자 벼슬을 버리고 군북면 원북에 은거하였다. 조열의 손자인 생육신 어계(漁溪)조려(趙旅)[1420~1489] 역시 단종이 양위하자 벼슬을 버리고 고향 함안에 은거한 후 그 후손들이 함안 전역에 세거해 왔다. 함안 이씨는 시조 이상(李尙)이 고려 시대 광록대부에 오르고 파산군(巴山君)에 봉해짐으로 해서 후손들이 함안을 본관으로 하여 세계(世系)를 이어 왔다. 칠원 윤씨는 고려 시대 칠원백(漆原伯)에 봉해진 윤거부(尹巨富)를 중시조로 하고 있다. 그의 17세손 충의공(忠義公)윤길보(尹吉輔)가 구성군(龜城君)에 봉해진 후 후손들이 칠원에 살면서 본관을 칠원으로 하였다. 칠원 제씨는 고려충숙왕 때 벽상공신 1등 평장사로 옥대를 하사받고 구산 부원군(龜山府院君)[구산은 칠원의 옛 이름]에 봉해진 제문유(諸文儒)를 중시조로 하여 본관을 칠원으로 하여 세계를 이어 오고 있다.

둘째, 정치 상황과 뜻을 달리한 입향조가 우거하여 집성촌을 형성한 경우이다. 재령 이씨는 고려가 망한 후 모은(茅隱)이오(李午)가 절의를 지켜 함안 모곡에 입향 은거한 경우이다. 경주 박씨는 단종조 홍문관 저작 추호(秋湖)박앙(朴盎)이 수양 대군의 왕위 찬탈 후 벼슬을 버리고 함안군 군북면 명관리 평광 마을에 은거한 후 후손들이 그를 1세조로 하여 세계를 잇고 있다. 순흥 안씨는 기묘사화와 신사무옥(辛巳誣獄)의 화를 피해 낙남 은거한 경우이다. 1파 후손 안창공(安昌恭)·안창렴(安昌廉) 형제는 산인면 모곡(茅谷)으로 입향하였고, 3파 후손 취우정(聚友亭)안관(安灌)은 여항산 기슭에 은거하였다. 남양 홍씨는 단종조에 홍여해(洪汝諧)가 벼슬을 버리고 함안 파수(巴水)로 내려와 정착한 후 일부 자손들이 세거해 오고 있다.

셋째, 단순히 처향 또는 외가로 이주한 경우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성산·광평 이씨, 광주 안씨, 상주 주씨 등이다. 성산·광평 이씨는 정무공(靖武公)이호성(李好誠)[1397~1467]이 김천(金泉)에서 처가인 함안의 하리(下里)동지산(冬只山)으로 이거한 후 그 후손들이 정착하였다. 광주 안씨는 고려 후기 시어사(侍御史) 안수(安綏)가 함안 배씨(咸安裵氏) 집안에 장가들어 함안 안인촌으로 이거하였다. 상주 주씨는 고려 말 경상도 합천에 우거했으나 신재(愼齋)주세붕(周世鵬)[1495~1554]의 아버지 주문보(周文俌)가 처가인 칠원으로 옮겨 살았다.

넷째로, 정착 사유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이다. 밀양 박씨는 광서(匡西)박진영(朴震英)[1569~1641]의 5대조 박경현(朴景玄)이 밀양에서 처음 함안 두곡으로 이주하였으며, 고조 참봉공 박여달(朴如達)이 하리로 이거하여 그 후손들이 대를 이어 살고 있다. 여주 이씨는 함안 입향조 이란(李鸞)의 후손이다. 이란의 장손인 이극(李極)이 산인에서 여항면 두곡으로 이주하여 대대로 세거하고 있다. 인천 이씨는 시조 이허겸(李許謙)의 17세손 경상 도사(慶尙都事) 이계운(李啓耘)이 1480년(성종 11)에 정착한 후 후손들이 대를 이어 살고 있다.

[현황]

1960년대 이후 산업화 사회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농촌의 인구가 대거 도시로 집중되었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대대로 맥을 이어 번성했던 씨족 단위의 농촌 집성촌은 점차 쇠퇴하였다. 지금은 농촌에 남아 있는 일부 후손들에 의해 겨우 그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조선 초기 이후 많은 사족들의 입향 정착으로 군내에 두루 집성촌이 발달했던 함안 역시 시대의 조류에 밀려 옛날의 성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늘날 함안군 내의 집성촌을 읍·면별로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가야읍의 말산리·검암리·도항리에는 함안 조씨, 신음리·도항리·가야리에는 순흥 안씨, 광정리에는 재령 이씨, 검암리에는 성산·광평 이씨, 가야리에는 광주 안씨가 모여 살고 있다. 군북면의 원북리·월촌리·사촌리·동촌리·중암리·하림리에는 함안 조씨, 명관리에는 인천 이씨, 수곡리·사도리에는 청송 심씨가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 산인면의 모곡리와 입곡리에는 재령 이씨, 운곡리·송정리·입곡리에는 함안 조씨, 송정리와 신산리에는 성산·광평 이씨, 모곡리·송정리·부봉리에는 순흥 안씨가 세거하고 있다. 함안면의 괴산리에는 함안 조씨, 대산리에는 인천 이씨, 동지산과 파수에는 성산·광평 이씨가 대대로 살고 있다.

대산면의 옥렬리·하기리·구혜리에는 순흥 안씨, 옥렬리에는 남양 홍씨, 대사리와 장암리에는 함안 조씨가 모여 살고 있다. 법수면의 강주리·대송리·윤내리·윤외리에는 함안 조씨, 우거리에는 순흥 안씨가 세거하고 있다. 여항면의 내곡리에는 여주 이씨, 외암리·주서리에는 순흥 안씨가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 칠북면의 영동리·가연리에는 광주 안씨, 봉촌리에는 연안 차씨가 세거하고 있다. 칠서면의 무릉리에는 상주 주씨와 함안 조씨, 계내리에는 칠원 윤씨가 모여 살고 있다. 칠원읍 유원리에는 창원 황씨, 무기리에는 상주 주씨가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 이 밖에 함안에 흩어져 살고 있는 성씨로는 나주 나씨·울산 김씨·온양 방씨·능성 구씨·광주 노씨·청주 한씨·분성 배씨·남평 문씨·김해 허씨·파평 윤씨·문화 유씨·창녕 조씨·진양 하씨·진양 강씨·창녕 성씨·여양 진씨·합천 이씨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