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전라남도 진도군 의신면의 구룡목에서 전해지는 이야기.

[내용]

‘구룡목’은 의신면 옥대리에서 청룡마을로 가는 중간 지점에 건넛뫼와 앞중매를 연결하는 구릉지대이다.

약 4백여 년 전 이곳은 밀양박씨 집성촌으로 약 2백 호가 넘는 큰 마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구룡동으로 불렸던 마을의 세력이 워낙 커서인지 마을 청년들의 행패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양반일지라도 이 마을 앞을 지나갈 때는 말에서 내려 걸어가야만 창피를 당하지 않았다고 하니, 설마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던 장사꾼들 여럿이 살아 돌아가지 못한 것도 이해할 만하다.

어느 날, 이런 사정을 알고 갔는지 모르고 갔는지, 한 도승이 마을로 들어가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하였다. 그러자 마을 청년들이 떼거리로 몰려들어서 도승의 머리에 무거운 철물을 덮어씌우는 등 밤새 견딜 수 없는 여러 행패를 부렸다. 하지만 도승은 다음날까지 꾹 참다가 마을을 빠져나오면서, “이 마을은 용의 기운을 받고 있어 앞으로도 무궁무진 발전할 마을이오. 그러나 용은 물이 많아야 활동을 더 잘할 수 있으니, 새돌 봇자리를 잘라서 마을 중앙으로 냇물이 흐르도록 하고, 저 언덕배기(구룡목)를 잘라서 동서로 길을 트는 게 좋을 거요.” 하고 일렀다.

마을사람들이 듣기에 그럴 듯하였으므로, 도승이 가자마자 마을 가운데로 물이 흐르도록 내를 파고는, 동서로 길을 만들기 위해 구룡목을 파헤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얼마나 되었을까, 갑자기 땅 속에서 붉디붉은 피가 콸콸 솟구쳐 나왔다. 바로 구룡목을 지키던 용의 목을 잘랐던 것이다.

그 때 용이 흘린 피로 구룡목은 온통 붉은 황토로 변했고, 마을은 알 수 없는 갖가지 불상사와 재액으로 몇 년도 지나지 않아 폐촌이 되어서 그 후손들은 동의리와 금호도, 도몰리 등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고 한다.

[의의와 평가]

구룡동 전설은 풍수지리를 이용하여 부도덕한 사람들을 징치한다는 도승 이야기로, 전국적으로 전파되어 있는 ‘장자못 설화’의 변이형이다.

장자못 설화는 크게 두 가지 부분으로 나뉘는데, 부자가 중을 학대한 벌로 집이 물에 잠긴다는 부분과, 금기를 어긴 며느리가 돌이 되었다는 화석 부분이다.

이야기의 증거물에 따라서 때때로 한 부분만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대체로 앞부분의 장자못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온다. 그런데 이러한 변이형들은 대부분 악행을 저지른 부자들의 탐욕을 역이용하여 스스로 패망하게 함으로써 악행에 대한 철저한 응징을 바라는 민간의 사고가 고스란히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