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87013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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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歲時風俗 |
영어공식명칭 | The Annual Cyclic Rites |
이칭/별칭 | 월령,시령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경상남도 밀양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한태문 |
[정의]
경상남도 밀양 지역에서 해마다 일정한 시기에 주기적으로 행하는 고유의 생활 풍속.
[개설]
세시풍속은 계절의 변화 및 농경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기에 월령(月令) 또는 시령(時令)으로도 불린다. 경상남도 밀양 지역은 농경문화권 가운데서도 낙동강 유역의 문화 중심지였기에 절기마다 다양한 풍속이 있었다. 밀양 지역에서 전승되는 세시풍속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데, 입춘이나 동지를 제외하면 대개 음력이다.
[밀양의 세시풍속]
정월(正月)에 설날 새벽이 되면 새옷으로 갈아입고 4대 이하의 조상에게 차례를 올린다. 차례가 끝나고 집안의 웃어른에게 세배를 올리면 어른들은 상대에 맞게 덕담을 건넨다. 설날 복조리를 사면 행운이 온다고 하여 복조리 한 쌍을 사서 큰방 출입문 위의 벽에 걸어 두기도 한다. 또 토정비결을 보거나 화투를 이용하여 점을 치면서 새해 운수를 가늠하기도 한다. 또 건강하게 새해를 맞으려고 설날 아침 다른 음식을 먹기 전에 전날 떠 놓은 냉수를 마시기도 한다.
입춘은 양력으로 2월 4일 무렵인데, 이날에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과 같은 글귀를 쓴 입춘첩(立春帖)을 대문·방문·대들보 등에 붙인다. 입춘날 뽑은 보리뿌리가 세 갈래면 풍년, 두 갈래면 평년작, 한 갈래면 흉년이 든다고 믿는 보리점도 행하여졌다.
정월대보름에는 귀가 밝아진다고 하여 귀밝이술을 마시고, 부스럼이 생기지 않게 생밤·호도·잣 등 ‘부럼’을 깨어 먹으며, 저녁에는 달맞이와 달집태우기를 하면서 개인의 소원과 마을의 안녕을 빈다. 마을에서는 평안무사와 풍년을 기원하는 당제(堂祭) 또는 동제(洞祭)가 베풀어진다. 여주이씨 집성촌인 부북면 퇴로리 퇴로마을에서는 1월 10일쯤 동신사(洞神社)에서 제주(祭主)를 정하는 의식을 행하고 대[神竿]가 이끄는 집을 제주로 정한 뒤, 보름 새벽에 동신제(洞神祭)를 지냈다.
음력 2월 초하루에는 재앙을 물리치고 복을 얻으려고 부적을 문지방 위나 방의 벽에 붙인다. 저녁에는 여성이 동쪽을 보고 바늘에 실을 꿰어 옷을 만들면 옷 입은 사람의 운세가 트인다고 믿어 남편이나 자식을 위하여 ‘바늘꿰기 치성’을 올린다. 또 바람신인 영동할매[영등할머니]가 하늘에서 내려온 2월 초하루부터 올라가는 20일까지는 영동할매를 위하여 ‘바람 올리기’ 제사[영등제]를 지낸다. 바람 올리기는 찰밥·찜·떡을 장독이나 부엌에 차려 놓고 고사를 지내는 것인데, 몸에 좋다고 하여 쑥떡을 먹고 색 헝겊을 기둥에 매달아 액을 쫓았으며, 제사를 지낼 때 올린 소지의 재를 물에 타서 아이에게 먹이면 아이의 머리가 좋아진다고 믿었다. 보통 3월 삼짇날에 답청(踏靑)을 하는 다른 지역과 달리 밀양에서는 마을에 따라 2월 11일에 남천강에서 고기를 잡고 쑥을 뜯어 쑥국을 끓여 먹기도 한다.
음력 3월 삼짇날이 되면 농사일을 쉬고 마을 사람끼리 야외에 나가 꽃구경하며 화전(花煎)놀이를 즐긴다. 퇴로리 퇴로마을에서는 아낙네들이 진달래가 만발한 서고정(西皐亭)에 모여 반죽한 쌀가루에 진달래 꽃잎을 넣어 화전을 부쳐 먹으며 논다. 귀신의 뒤탈이 없다는 청명이나 한식에는 집을 보수하고 무덤을 새로 정비하는 ‘손보기’를 한다.
음력 4월에는 부처의 탄생일인 초파일에 불심이 깊은 여성들은 밀양의 대표적 사찰인 표충사·무봉사·만어사·홍제사 등을 찾아 연등을 올리고 불공을 드린다.
음력 5월 5일 단오에는 마을 사람들이 용두목이나 긴늪 등 밀양 지역의 명승지로 들놀이를 나가는데, 이러한 풍속을 밀양에서는 단오회초 또는 단오희초라 한다. 여성들은 머리칼이 길게 잘 자란다고 하여 창포를 삶은 물에 머리를 감고, 배앓이가 없어진다 하여 산의 약수를 먹는다. 또 단오의 놀이로 여성들은 그네뛰기를, 남성들은 모래밭이나 묏등에서 씨름을 즐겼다.
6월 보름인 유두에는 개울이나 폭포에 가서 물맞이를 하고 농신제(農神祭)도 지낸다. 이날 여성들은 머리칼이 잘 길고 윤이 난다고 하여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다. 악달 또는 액달로 불리는 삼복은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이므로, 휴식과 보신에 각별한 관심을 두어 개장국과 삼계탕 등을 끓여 먹는다.
음력으로 7월 7일인 칠석에는 관재(官災)와 구설수가 잘 해결된다고 믿어 초승달을 보고 바늘에 실을 꿰는 풍습이 있다. 7월 보름인 백중은 “꼰배기 먹인다.”라고 하여 논매기를 마친 머슴들을 위로하고자 술과 음식을 장만하고 풍물을 치고 놀게 하는 밀양백중놀이를 즐긴다. 풍물을 치고 놀 때는 그해 농사에 장원한 머슴을 소에 태우고 주인집으로 향하는데, 밀양백중놀이에 이 풍속이 잘 반영되어 있다. 몇몇 마을에서는 그해 농사에서 장원한 머슴을 소에 태우고 주인집에 들러 술을 마시며 각각 배역을 맡아 관청에서 죄인을 다스리는 흉내를 내며 즐겼다. 밤에는 밥·채소·과일·술 등을 차려 놓고 죽은 어버이의 혼을 부르기도 한다.
음력 8월이 되면 초하루부터 조상의 묘소를 찾아 벌초를 한다. 8월 보름, 곧 추석에는 햇곡식으로 음식을 장만하고 햇과일을 차례상에 올리는데, 송편과 엄비떡[모둠떡]을 올리기에 ‘떡제사’라고도 부른다. 설날과 같이 추석치레를 입고 성묘와 나들이를 한다. 마을 장정들은 풍물을 치며 집마다 걸립을 하는데, 이를 ‘버꾸치기’라 한다. 또 강변을 중심으로 씨름대회가 열리고, 우시장(牛市場)을 중심으로 소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음력 9월 9일에는 집을 나가 객사(客死)한 사람이나 연고 없는 귀신을 위로하는 제사를 지낸다. 야생 과일을 따 술을 담그고 논고랑에서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끓여 보신하거나 참게를 잡아 게장을 만들기도 한다.
시월은 농사가 마무리된 좋은 달이라는 뜻에서 ‘상달’이라 하고, 술을 빚어 마시며 논다. 날을 가려 옹기 단지에 추수한 올벼를 담아 문 위의 선반에 올려 두었는데, 밀양에서는 이를 시존단지·성주단지·조상단지라고 부른다. 또 초하루부터 한 달 내내 자손들이 모여 맨 위의 조상부터 차례로 묘소에서 제사를 지내는데, 이를 묘사(墓祀)·시제(時祭)·시사(時祀) 등으로 부른다. 묘사를 지낸 후에는 종손의 집이나 준비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종회(宗會)에 참석하는 것으로 행사가 마무리된다.
11월을 동짓달이라고 하는데, 동짓날은 양력으로 12월 22일이나 23일 무렵이다. 동지는 작은설로 인정하여 아세(亞歲)라고도 한다. 동짓날에는 액운을 물리친다고 하여 찹쌀가루로 만든 새알심이 들어 있는 팥죽을 끓여 먹고, 재앙을 막는다고 하여 집 안밖에 팥죽을 뿌리기도 한다. 밀양에서는 동짓날이 음력 11월 10일 이전에 들면 애기동지[애동지, 아기동지]라 하여 첫 새벽에 팥죽을 끓여 집 주위에 뿌린 다음에 먹어야 하고, 10일 이후에 들면 늙은 동지[늦동지]라 하여 늦게 끓여 먹어야 액운을 면한다는 속신이 전하여 오고 있다.
12월은 섣달이라고 한다. 동지 뒤의 세 번째 염소날을 ‘납일(臘日)’이라 하는데, 밀양 지역에서는 이날 새를 잡아 먹으면 황소 한 마리보다 낫다는 말이 전한다. 또 납일에 오는 눈을 녹여서 약으로 사용하면 효험이 있다고 여긴다. 섣달그믐날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며 설음식과 차례를 지낼 준비를 한다. 빚이 있다면 청산하고 집 안팎을 청소하며 평소 은혜를 입은 친척이나 이웃에 술·고기·과일 등을 설음식으로 보낸다. 또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고 믿어 집 안의 구석구석 불을 켜 두고 밤을 새웠는데, 이를 수세(守歲)라고 부른다.
[현황]
오늘날 밀양 지역에서는 대표 명절인 설날과 추석을 제외한 대부분의 세시풍속이 산업화의 물결 속에 자취를 감추었다. 그나마 2월의 부적붙이기, 3월의 한식 성묘, 4월의 초파일, 6월의 삼복, 10월의 묘사, 11월의 동지 등이 명맥을 이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