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전라북도 고창 지역에서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지니는 신앙 체계.

[개설]

마을 신앙은 마을 공동체 사회를 운영하면서 마을을 이끌어 가는 주체가 주도적으로 마을 수호신에게 집단적인 공동 제사를 주관하는 신앙 형태를 말한다. 마을 신앙은 마을 수호신에게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신앙 의례를 거행하는 방식이다. 마을 구성원들이 대동단결하고 상부상조하면서 공동체적인 질서를 유지하며 농업 생산 활동을 서로 돕는 방식으로 마을 신앙을 형성하게 된다.

[마을 신앙의 대상]

농촌, 어촌, 산촌은 모두가 마을 구성원들이 모둠살이 생활을 하면서 형성되어 왔는데, 각각의 자연 환경에 따라 수호신의 대상이 바뀌고 달라진다. 산간 지방의 마을 수호신은 산신과 탑신이 등장하고, 산신에게 안전과 풍요를 기원하는 산악 숭배가 발달하였다. 평야 지방의 마을 수호신은 천룡과 당산신이 등장하고, 비를 관장하는 용신에게 벼농사의 풍요다산을 기원하는 다양한 의식이 행해졌다.

어촌 마을에서는 해신과 용왕신이 주축을 이룬다. 어부들이 어선을 타고 바다에 나가 풍어만선을 기원하는 항로를 관장하는 해신과 풍어를 관장하는 용왕신을 대상으로 거행하는 신앙 의례가 발달하였다. 이러한 신앙 의례는 농사철과 출어기를 앞둔 음력 정월 보름에서 2월 초하루 사이에 집중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제의는 마을의 종교 전문가라 할 수 있는 단골무가 주제를 하였으나, 최근에는 단골무가 자취를 감추자 마을 이장과 지도자들이 대행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마을 신앙과 놀이]

마을 신앙은 마을 현장에서 실천적으로 행해지고, 집단적인 의례를 통해서 구현되며, 세대 전승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마을 신앙은 세시 풍속에 따라 1년 간 절기 의례가 행해지고, 마을 주민들이 전체적으로 참여하여 주도하는 방식을 띠고 있다.

1. 민속놀이의 수반

세시풍속에 따르는 마을신앙 의례는 집단적인 성향 때문에 민속놀이가 수반되고 있다. 민속놀이는 마을 주민들이 대동단결하여 공동체 질서를 유지하는 방편으로 매우 효율적이다. 정월에 산신제 또는 당산제를 지내고 줄다리기를 하면서 기우제를 지내는 방식이 평야 지역의 마을신앙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이러한 보편적인 마을신앙은 신앙과 놀이가 동시에 진행되는 방식이 많아서 집단적인 겨루기 놀이와 신앙이 결합된 특성을 보여 준다.

2. 줄다리기

줄다리기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고창 지역에서는 천룡신에게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기 위하여 정월 열 나흗날 마을 주산에 올라가 천룡제를 지내고, 정월 대보름날 마을에 볏짚으로 천룡 형상을 만들어 출현시킨 뒤에 마을 사람들이 천룡에게 향응을 베푸는 방식으로 줄다리기를 한다. 밤늦게까지 신인일체형의 줄다리기 놀이를 즐기고 당산나무나 당산 선돌에 줄을 감는 방식으로 줄다리기를 마친다. 이러한 줄다리기는 마을 주민들이 마을 수호신에게 공동으로 마을 제사를 지내는 동시에 마을 주민들이 서로 단합하고 화합하는 분위기를 연출하여 마을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3. 마을굿

마을신앙을 ‘대동굿’ 또는 ‘마을굿’이라고 부른다. ‘굿’은 미신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놀이와 제사를 함께 지내는 방식의 상징적인 용어이다. 고창 지역의 마을굿은 동제라고 할 수 있는데, 주로 정월 초에 거행되는 천룡제와 당산제를 의미한다. 천룡제는 천룡에 대한 제사이다. 고창 지역에는 마을 주산에 천룡당을 두고 천룡제를 지내는 마을이 많다. 고창은 예부터 낮은 구릉 지세에 마을이 들어서다 보니, 마을에 당산을 조성하고 주산에 천룡당을 조성했던 것이다. 이러한 천룡당과 당산은 불교문화가 마을신앙으로 정착하면서 조성된 것인데, 이 점이 고창 지역 마을신앙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고창 오거리 당산에 화표석주가 불교 문화재로서 조성된 것도 고창 전역에서 전개된 불교 민속의 마을 신앙화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