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3301929 |
---|---|
한자 | 堤川題詠 |
영어음역 | Jecheonjeyeong |
영어의미역 | Jecheonjeyeong (Composing a Poem on a Given Theme in Jecheon)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충청북도 제천시 |
시대 | 조선/조선 |
집필자 | 권순긍 |
[정의]
조선 시대 제천 지역의 모습을 「제천제영(堤川題詠)」이란 제목으로 노래한 24수의 한시.
[개설]
어느 일정한 지역을 노래한 작품을 ‘제영(題詠)’이라고 한다. 제천 지역은 예부터 풍광이 수려해 많은 시인들이 이곳을 소재로 많은 작품을 지었다. 「제천제영」은 이승소(李承召), 서거정(徐居正), 이시발(李時發), 김정하(金鼎夏), 한원진(韓元震), 김지남(金止男) 등이 「제천제영」이라는 동일한 제목으로 지은 한시로서 모두 24수가 전한다.
[구성 및 특징]
조선 전기 이승소와 서거정의 작품에서는 제천이 한적하고 궁벽한 곳이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이승소의 시에는 “관청 일 별로 없고 나그네 드문데, 궁벽한 곳이라 백성도 적으니”라 했으며, 또 다른 작품에서는 “좁은 길 벼랑 따라 한 가닥 이어”진다고 노래했다. 신개(申槪)의 시에도 “돌고 돌아도 물 겹겹 산 첩첩, 백성들 그림 속에 사는구나”라고 했다.
조선 후기에 지어진 「제천제영」에는 혼탁한 정치 현실에 대비되는 깨끗한 강호로서 제천의 이미지가 잘 나타나 있다. 특히 제천은 수암(遂庵) 권상하(權尙夏)를 중심으로 수많은 선비들이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은거했던 곳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시발은 “온갖 전쟁 겪고서 무얼 따라 옛 길을 찾을꼬, 7년 만에 이제 비로소 앞개울을 건너네”라고 그 감회를 노래했고, 김정하는 “경물은 두루 옛 것임을 생각게 하여 후생들 부끄럽기만 하네”라고 자연을 대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한편 권상하의 제자였던 한원진은 “선생의 어짊과 지혜로움 크셨고, 경치 좋은 땅 산수도 기이하다”고 하였다.
[내용]
1. 조선 전기의 작품
1) 이승소
협중개사읍(峽中開四邑)[골짜기에 벌여 있는 네 고을]
차독거관평(此獨據寬平)[이 고을만 평평한 곳에 자리 잡았네]
야활전다옥(野闊田多沃)[들 넓어 밭 대개 비옥하고]
산심수자청(山深水自淸)[산 깊어 물 절로 맑구나]
관한희과객(官寒稀過客)[관청일 별로 없고 나그네 드문데]
재벽소제민(在僻少齊民)[궁벽한 곳이라 백성도 적으니]
현재응무사(縣宰應無事)[고을 원님 일이 없어서]
명금좌상횡(鳴琴座上橫)[울리던 거문고를 자리 위에 비껴 놓았으리]
소경연애일선통(小逕沿崖一線通)[좁은 길 벼랑 따라 한 가닥 이어지고]
석여거치장종종(石如鋸齒狀嵷嵷)[돌들 톱니처럼 뾰족뾰족하도다]
마제이북전도원(馬蹄易踣前途遠)[말발굽 쉬이 엎어지고 앞길은 먼데]
우시산서낙일홍(又是山西落日紅)[게다가 산 서쪽으로 지는 해 붉도다]
2. 조선 후기의 작품
1) 이시발
일촌상재모연저(一村桑梓暮烟低)[한 마을의 뽕나무 가래나무, 저녁연기 낮게 깔리고]
권조비환방구서(倦鳥飛還訪舊棲)[게으른 새 옛 둥지로 날아 돌아 찾아가네]
백전하종심왕적(百戰何從尋往跡)[온갖 전쟁 겪고서 무얼 따라 옛 길을 찾을꼬]
칠년금시도전계(七年今始渡前溪)[7년 만에 이제 비로소 앞개울을 건너네]
2) 김정하
수벽함추영(水碧涵秋影)[물은 푸르러 가을 그림자 가득한데]
첨허납일명(簷虛納日明)[처마는 텅 비어 밝은 햇빛 받고 있네]
영운공원조(嶺雲供遠眺)[고갯마루 구름 멀리 바라보니]
사명관신청(沙鳴管新晴)[모래펄에서 울리는 피리 소리에 새로 맑아 오누나]
물색편선고(物色偏宣古)[경물은 두루 옛것임을 생각게 하여]
유참기후생(猶慚起後生)[후생들 부끄럽기만 하네]
3) 한원진
장리증유처(杖履曾遊處)[지팡이 짚고 일찍이 노닐던 곳]
등등일경위(登登一逕危)[오르고 오르는 길 위험도 하다]
선생인지대(先生仁智大)[선생의 어짊과 지혜로움 크셨고]
승지산수기(勝地山水奇)[경치 좋은 땅 산수도 기이하네]
동부증휘일(洞府增輝日)[동네 관아엔 광휘가 더해지고]
연하득주시(烟霞得主時)[연기 노을은 주인을 얻은 때로다]
갱문천상지(更聞川上旨)[다시 냇가의 뜻 듣게 되었으니]
요지구추시(聊指九秋時)[애오라지 9월 가을철을 가리키도다]
4) 김지남
증주귀반삼십년(曾駐歸般三十年)[일찍이 머물렀다 돌아감 30년 전의 일]
백두동인관풍연(白頭銅印觀風烟)[흰머리 구리 인장으로 풍경을 바라보네]
산령응해비생객(山靈應解非生客)[산신령은 응당 객의 마음 풀어 주리]
욕보전연어미전(欲報前緣語未傳)[전생 인연 풀려 해도 말은 전하질 않네]
[의의와 평가]
제천 지역은 예부터 풍광이 수려한 곳으로 처음엔 궁벽한 곳이었으나 뒤에는 혼탁한 정치 현실을 피해 은거하는 적당한 장소로 여겨졌다. 자연에 의탁하여 자신의 심정을 시로 형상화하기 좋은 장소였기에, 자연 속에 묻혀서 유유자적하며 도를 희구하는 강호가도의 문맥들이 작품에 많이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