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69011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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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祭禮 |
영어공식명칭 | Ancestral Ritual Formalities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의례/평생 의례와 세시 풍속 |
지역 | 경기도 시흥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덕묵 |
[정의]
경기도 시흥시에서 자연적 대상이나 조상 숭배를 위해 제물을 차려 놓고 제를 지내는 유교 의례.
[개설]
제례(祭禮)는 유교 의례에서 조상을 추모하기 위해 정성껏 음식을 올리고 배례(拜禮)하는 행위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유교 의례의 일부분이며 일반 가정과 달리 국가 차원에서는 다양한 신에게 제물(祭物)을 차려 놓고 제례를 지냈다. 하지만 가정에서의 조상 숭배인 제례가 일반적이다 보니 흔히 '제례'라고 하면 가정에서의 조상 숭배 일환인 제의(祭儀)를 생각한다. 가정에서의 제례는 차례(-禮), 시제(時祭), 기제(忌祭), 불천위제(不遷位祭) 등이 있다.
차례는 설날, 추석 등 명절에 지내는 것이 일반적이며 지역, 집안에 따라서도 한식, 동지, 중구(重九)[중양]에도 지낸다. 시제는 묘제(墓祭)로 봄, 가을 두 번 지내기도 하나 보통은 음력 10월 기제 봉사(奉祀) 이상의 조상들에게 묘제를 지낸다. 기제는 기일제(忌日祭)로 돌아가신 분의 기일 0시에 지내는 것을 말하며 대개 가정에서는 4대조(四代祖)까지 모신다. 4대가 지나면 시제만 모시게 된다. 가가례(家家禮)라는 말이 있듯이 제례는 제물, 격식 등에서 지역이나 가문 등에 따라 차이를 드러낸다. 시흥 지역에서도 토박이 주민들이 지역 전통을 가진 제례를 지금도 행하고 있다. 반남 박씨(潘南朴氏), 청주 한씨(淸州韓氏), 덕수 장씨(德水張氏), 진주 강씨(晋州姜氏) 등 세거 성씨 집안의 제례에서 이러한 특징을 알 수 있다.
[차례]
차례는 설, 추석, 한식, 단오, 동지, 중구 등 명절에 지내는 절사(節祠)이다. 원래 차를 올리는 중국 전래의 제례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차를 올리지는 않으나 차례라고 한다. 오늘날 일반적인 차례는 설과 추석에 지내는 것이다. 설과 추석에 4대조 이하의 조상 중 종손(宗孫)의 경우에는 이들 모두의 신위(神位)를 모시며, 방계 후손들은 자기가 기제사(忌祭祀)를 봉사하는 조상의 신위를 모시고 제를 지낸다. 사당(祠堂)이 있는 경우에는 사당에서 지내지만 사당이 없는 집에서는 마루나 거실에서 지방(紙榜)을 모셔 놓고 제를 지낸다. 사당 차례를 지내는 경우 종손과 연장자 5~6명 정도만 사당에 들어가고 후손들은 밖에서 멍석을 깔고 차례에 참여한다.
문중마다 차이가 있지만 사당 차례는 삼헌고축(三獻告祝)을 하고 마루에서 지낼 때에는 단헌고축(單獻告祝)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물을 올릴 때도 먼저 윗대인 조상부터 올리고 순서대로 내려오는데, 편의에 따라 한꺼번에 지내기도 한다. 지차(之次)[맏이 이외의 자식들]인 경우는 축을 생략하고 단잔(單盞)을 올려 조부모와 부모의 차례를 한꺼번에 지내기도 한다. 차례의 제물은 기제사와 동일하지만 메[제사 때 신위 앞에 놓는 밥] 대신 정월에는 떡국, 추석에는 송편을 올린다. 차례를 지낸 후에는 집안에 따라 성묘를 가기도 한다. 오늘날 시흥 지역에서도 기독교 집안이 아닌 가정에서는 대부분 차례를 지내고 있다.
[시제]
시제는 무덤 앞에서 지내는 묘제로 봄, 가을 두 번 지내기도 하나 보통은 음력 10월 기제 봉사(奉祀) 이상의 조상들에게 묘제를 지낸다. 시흥 지역 각 마을의 주요 문중별 시제 일자를 보면 대체로 10월 1일에는 시조의 묘제를 행하고, 15일 이내에 각 파의 시조와 입향조로부터 5대조 이상에 대한 묘제를 행한다. 요즘에는 재실(齋室)을 지어 묘제를 대신하고 묘소에서는 성묘만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묘소의 기수가 많고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문중은 묘제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고 제물 마련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반남 박씨 박동량(朴東亮) 종가는 매년 군자봉 기슭의 산소에서 시제를 지냈으나 2015년 이후로 사당에서 시제를 지내고 있다. 주자가례(朱子家禮)에 의하면 4대 조상까지는 3월 상순에 날짜를 정하여 묘제를 지내고, 그 윗대의 조상은 10월에 지내는 것으로 되어 있다. 주희(朱熹)의 자손인 과림동 중림의 신안 주씨(新安朱氏) 문중은 한식과 추석에는 5대 이하의 조상에만 묘제를 지내고, 10월에는 5대 이상의 조상에 대한 묘제를 지내고 있다. 그 외 조사된 주요 문중에서는 대부분 한식 등을 생략하고 10월 시제만 모시고 있다.
[기제]
기제는 매년 돌아가신 기일에 지내는 제사로 종손의 경우에는 고조고비위(高祖考妣位)까지 4대조를 모시며, 비종손의 경우에는 자신이 담당해야 할 조상까지의 기제사를 모신다. 근래에는 기제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하루에 함께 지내기도 하는 등 제일(祭日)이 축소되는 경향을 보인다. 예서(禮書)에는 돌아가신 전날에 준비하여 기일 자정과 새벽 사이에 지내는 것이라 했지만, 요즈음에는 기일 저녁 때 일찍 끝내는 경우가 많다.
기제사는 마루 혹은 안방에 병풍을 친 후 교의(交椅)[제사를 지낼 때 신주(神主)를 모시는 의자]를 놓고 신주나 지방을 모시고 지낸다. 제물은 집안이나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과일의 진설(陳設) 순서, 탕의 개수, 적(炙)·포(脯) 등의 진설 방법 및 재료, 제물 진설의 방향 기준이 신주 쪽인가 집사자(執事者) 방향인가의 여부, 또 집안마다 고유하게 내려오는 특별한 제물 등에서 집안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오늘날 시흥시의 대부분 가정에서도 기제를 지내고 있다. 광복 후 수백 가구가 살고 있던 진주 강씨는 타지로 이주한 사람도 있어 10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이들 토박이 주민들은 대대로 내려오는 유교적 가풍을 이어받아 기제사를 지내고 있다. 파평 윤씨(坡平尹氏)도 몇 가구만 남아 있다. 이러한 상황은 대부분의 세거 성씨들이 겪는 현상이다. 지역 문화적 전통을 이어가는 토박이 주민들의 비율이 줄어들면서 지역성을 담보하고 있는 기제사의 특성도 점차 엷어지고 있다.
[불천위제]
불천위제는 국가에 큰 공이 있거나 사회적 명망이 있는 고관들의 위패(位牌)를 옮기지 않고 영구히 기제사를 지내는 것을 말한다. 불천지위(不遷之位)를 줄인 말로 부조위(不祧位)라는 말로도 통용된다. 불천위는 나라에서 은전(恩典)을 내린 국불천위(國不遷位), 유림에서 발의한 향불천위(鄕不遷位) 혹은 유림불천위(懦林不遷位), 문중에서 발의한 사불천위(私不遷位) 혹은 문중불천위(門中不遷位)로 대별된다. 국불천위는 문묘(文廟)에 배향된 사람을 원칙으로 하는데, 문묘 배향자는 18명이며 그 밖에 왕이나 왕자, 부마(駙馬)[임금의 사위]도 그 대상이 된다. 불천위를 모시는 것은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되었고, 특히 국가가 인정하는 국불천위를 가장 권위 있게 여겼다.
시흥 지역에서는 진주 강씨 강희맹(姜希孟) 문중 등 여러 가문에서 불천위제를 지내고 있다. 강희맹은 세종에서부터 성종에 이르는 중신으로 사력을 다해 국정에 임하여 조정에서는 중론을 모아 부조지전(不祧之典)[나라에 큰 공훈(功勳)이 있어 돌아간 사람의 신주를 영구히 사당에 모셔 제사 지내게 하는 특전]의 은전을 내렸다. 현재 사우(祠宇)에서 매년 음력 2월 17일 오전 11시에 제를 지내고 있다. 파평 윤씨 윤사로(尹師路), 윤섭(尹燮), 윤지완(尹趾完)도 국가로부터 은전을 하사받아 불천위제를 모시고 있다. 윤호(尹虎)도 여말선초의 문신으로 조정에서 중론을 모아 왕명으로 불천위의 은전을 내렸다. 청주 한씨 한준겸(韓浚謙)의 경우도 후손들이 불천위제를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