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4030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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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駕虹亭題詠 |
영어의미역 | Attaches a Subject, Poem Recite in Gahongjeong Pavilion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경상남도 양산시 |
시대 | 근대/일제 강점기 |
집필자 | 김성진 |
[정의]
일제강점기 이재영 등이 가홍정을 짓고 주변 풍광에 대하여 지은 칠언율시의 한시.
[개설]
「가홍정 제영(駕虹亭 題詠)」은 경상남도 양산시 상북면 대석리에 있던 가홍정을 두고 읊은 시들을 가리킨다. 가홍정은 천성산 중턱의 홍룡폭포(虹龍瀑布) 주변에 있던 정자로 지금의 건물은 근래에 재건한 것이다.
[구성]
권순도와 이재영, 그리고 이들의 시에 차운한 김조현과 조긍섭의 시는 칠언율시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동일한 운을 쓰고 있다.
[내용]
「가홍정 제영」은 ‘홍룡폭포를 걸터앉은 듯 세워진 정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홍룡폭포의 장관과 폭포 주변에 세워진 정자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가홍정 제영」 한시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이재영의 시를 살펴보면, 수련(首聯)의 성산(聖山)은 천성산을 가리키고, 동천(洞天)이란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36천으로 신선이 사는 세계를 가리킨다.
가홍정의 배경이 되는 천성산의 홍룡폭포가 선경처럼 아름답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폭포수가 마치 무지개처럼 절벽 아래로 걸쳐 흐르고 폭포 소리가 우레와 같다는 말로써 홍룡폭포의 장관을 말하고자 하였다. 함련(頷聯)은 홍룡폭포가 걸려 있는 바위와 그 주변 경관을 읊은 것이다. 위암(危巖)이라 한 것은 높다랗고 쭈뼛하게 솟아 있는 바위의 형세를 말한 것으로, 꽃이 웃고 저녁노을이 병풍을 두른 듯하다는 말로써 폭포 주변의 아름다운 모습을 나타내었다.
경련(頸聯)에서 기둥 몇 개를 대략 얽었다는 것으로 미루어, 가홍정의 건립 시 정자의 모습이 그다지 화려하지는 않아도 몇 칸 정도는 되는 아담한 크기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반세진수(半世塵愁)’라는 말로써 이재영과 권순도 등이 낙향 후 이곳에서 망국의 한을 달래려 하였음을 넌지시 보여주고 있다. 함련(頷聯)에서 말한 ‘동남(東南)’은 양산에 이웃해 있는 동래 지역과 부산 지역을 가리킨 듯하다.
이재영과 함께 가홍정을 세우고 같은 운의 시를 지은 권순도의 「가홍정 제영」의 함련이 ‘시인 묵객인 벗들이 먼 곳에서 찾아와/ 즐거이 담소 나누니 난초 향기 맡는 듯하네(墨客騷朋來自遠/ 欣然談笑似蘭香)’이라 되어 있는 것을 고려 할 때, 이재영과 권순도의 한시는 가홍정의 준공식 때 지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 준공식에는 이재영과 권순도가 친분이 있는 양산 지역과 부산 지역에 사는 여러 시인 묵객들을 초대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재영은 이를 ‘동남행과객(東南行過客)’이라는 말로 표현했던 것이다.
천성산은 그림 같고 동천(洞天)은 푸른데/ 한 줄기가 무지개처럼 흐르고 천둥이 큰영물처럼 울리네/ 별천지에 뇌성이 울리자 맑은 대낮에 비가 내리고/ 쭈삣한 바위에 꽃이 웃고 저녁노을은 병풍 두른 듯하네/ 기둥 몇 개를 대략 얽어서 누추함을 면치 못해도/ 반평생의 세상 근심을 불러 깨우칠 만하도다/ 동남으로 지나는 과객에게 깊이 감사드리나니/ 올라서 내려다 보니 모두가 옷깃에 난향을 묻혀왔구료.(聖山如畵洞天靑/ 一派虹流霹巨靈/ 別地雷鳴淸晝雨/ 危巖花笑暮雲屛/ 數楹拙構堪貽樓/ 半世塵愁可喚醒/ 多謝東南行過客/ 登臨衿珮摠蘭馨)
[의의와 평가]
「가홍정 제영」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자 했던 선인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가홍정이 세워지고 가홍정에 대한 이들 제영이 지어진 시점이 일제강점기였음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 나라를 잃어가는 마당에 정자를 지어놓고 음풍농월이나 하고 있었구나 하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겠으나, 가홍정을 짓고 이에 대한 제영을 지은 권순도가 당시 양산공립보통학교 시설비로 적지 않은 돈을 기부했음을 살필 때, 음풍농월처럼 보이는 그 이면에 망국의 한과 남다른 저항의식이 감추어져 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