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000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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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家庭信仰 |
영어의미역 | Familial Religion |
이칭/별칭 | 가신신앙,가택신앙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충청남도 논산시 |
집필자 | 강성복 |
[정의]
충청남도 논산 지역의 가정에서 오래 전부터 믿어져 온 신앙.
[개설]
마을이란 정주 공간에는 산신을 위시한 여러 신들이 좌정하여 마을을 보살펴 주듯이, 집 안에도 다양한 신령이 깃들어 있어 길흉화복을 주관한다고 인식된다. 각 가정에서는 이들 신령을 잘 모시고 섬기는 종교적 의례를 거행함으로써 집안의 평안과 축복을 얻고자 하였다.
논산 지역의 가정신앙은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대체로 두 가지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하나는 안방, 부엌, 장독, 우물 등 집 안의 곳곳에 좌정한 이른바 가신(家神)을 대상으로 하는 신앙이고, 다른 하나는 가신 외의 특정한 신령에게 집안의 평안과 가족의 무병장수를 축원하는 의례이다. 전자가 성주·터주·칠성·조왕·업·삼신·왕신 등이 주축을 이룬다면, 후자는 거리제·서낭제·유왕제 등이 있다.
[종류]
논산 지역에서 전승되는 가신의 종류는 성주·조왕·삼신·칠성이 가장 일반적이다. 반면에 터주나 업은 상대적으로 드물고, 왕신과 이월할머니를 모신 가정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터주의 경우 신체를 봉안한 사례는 비록 희소할지라도 그 좌정처인 당산에 대한 신앙은 여성들의 가슴 속에 깊이 투영되어 있다.
1. 성주[成造]
가정의 웃어른인 대주(大主)의 길흉화복을 주관하는 신령이다. ‘성주는 대주 믿고 대주는 성주 믿는다’는 말은 성주신의 성격을 잘 드러내준다. 집 안에 모신 가신 중에서 가장 높은 신령으로 신앙되고 있으며, 흔히 안방 윗목이 성주신이 깃든 곳으로 인식된다. 성주의 신체(神體)는 한지를 네모 형태로 접은 다음 흰 실타래로 묶거나, 혹은 한지를 꽃 모양으로 만들어서 봉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논산 지역에서 이와 같이 전형적인 성주의 신체를 모신 집은 드물고 별도의 신체가 없는 ‘건궁성주’를 모시는 사례가 많다. 성주는 집을 새로 짓거나 이사를 가게 되면 새로 모신다.
2. 터주
집터를 관장하고 재복을 가져다주는 신령이다. 흔히 ‘지신(地神)’으로 관념되며, 토주나 터줏대감으로 불린다. 터주는 집 안에 모신 가신 중에서 가장 어른으로 인식된다. 한 마을이나 고을에서 오래 거주한 사람을 터줏대감이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터주에서 유래된 말이다. 터주신의 거처는 장독대가 있는 당산이다. 신체는 작은 단지나 항아리에 벼나 쌀을 넣고 짚으로 엮은 주저리를 씌워준다. 그리고 매년 가을걷이를 마치면 묵은 곡식을 덜어내고 햇곡식으로 갈아준다. 터주를 모시는 시기는 정월 대보름 무렵과 칠월 칠석, 시월상달 등이다.
3. 칠성(七星)
수명장수를 주관하는 신령으로서 북두칠성을 지칭한다. 칠성은 터주와 더불어 장독대 뒤편에 모시는 것이 상례인데, 논산 지역에서는 특별한 신체가 없이 단지 칠성단지나 청수그릇을 엎어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칠성을 위하는 가정에서는 칠석 혹은 칠석 전야에 부녀자들이 목욕재계를 하고 정성껏 떡과 과일을 준비하여 가족의 건강과 집안의 소원성취를 비는 고사를 지낸다.
4. 조왕(竈王)
부엌과 불을 관장하는 신령이다. 동시에 육아 및 집안을 돌보아 주는 신령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조왕은 흔히 여성의 신으로 관념되며, 속칭 ‘조왕할매’로 불리기도 한다. ‘여자가 조왕을 잘 모셔야 집안이 평안하다’는 말은 그런 연유로 회자되는 말이다. 조왕신이 좌정한 곳은 지난날 여성의 전유물이었던 부엌이다. 그러나 여느 가신처럼 특별한 신체는 없고 단지 가마솥 뒤에 물 한 그릇을 떠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5. 업(業)
재복(財福)과 행운을 관장하는 가신으로, 주로 동물로 형상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업의 종류는 구렁이업, 족제비업을 비롯하여 두꺼비업, 인업(人業), 송아지업 등이 있다. 업신은 뒤꼍이나 광에 있다고 관념된다. 업이 밖으로 나가면 복이 달아나거나 심지어 집안이 망한다고 한다. 업이 그 자리를 떠났다는 것은 그 거처가 못마땅하고 불편하며 집 안의 다른 신령과 조화롭게 지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은 곧 가신의 보살핌에서 멀어지는 것을 의미하므로 업신이 떠나면 집안에 재앙이 닥친다고 믿는 것이다. 논산 지역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소멸되어 오늘날 업을 모신 가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6. 삼신(三神)
아이를 점지하고 수명장수를 관장하는 신령이다. ‘없는 아기 태워주고 있는 아기 길러준다’는 말처럼 삼신은 생명의 잉태에서 육아를 담당하는 것으로 신앙된다. 삼신을 모시는 장소는 안방 윗목의 모서리이다. 이곳에 햅쌀을 넣은 삼신단지나 삼신주머니를 봉안하기도 하는데, 특별한 신체 없이 단지 바닥에 짚을 깔고 삼신을 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혼인을 한 후에 늦도록 태기가 없으면 삼신을 받는다. 그 장소는 주로 깨끗한 우물이나 계곡 등 물가가 된다. 혹은 정월 대보름달이 뜰 때 높은 산으로 올라가서 치마로 ‘삼신달’을 받거나 서낭나무에서 받아오기도 한다.
7. 왕신(王神)
원한에 맺혀 죽었거나 혼인을 하지 못하고 죽은 처녀귀신을 일컫는다. 즉, 가족 중에서 조상이 되지 못한 귀신을 으레 왕신으로 모신다. 그 신체는 왕신단지라 하여 쌀을 넣은 단지를 장독 뒤에 모신다. 왕신은 모시기가 매우 까다롭다. 때문에 왕신단지를 모신 가정은 다른 신령보다 각별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가령 바깥에서 어떤 물건이나 음식이 들어오면 먼저 왕신께 바쳐야 한다. 새색시가 들어와도 왕신께 먼저 인사를 올려야 하고, 심지어 부고(訃告)도 마찬가지다.
8. 기타
이밖에 논산 지역에서 신앙되는 집 안의 신령은 변소에 깃든 측신(廁神), 대문을 관장하는 문신(문간대감), 우물을 관장하는 용왕신 등이 있다. 또한 비록 가신은 아닐지라도 지난날 각 가정에서 널리 신앙되었던 서낭당의 서낭신, 거리의 노신(路神, 길대장군) 등은 가정의 길흉화복에 간여하는 빼놓을 수 없는 신령들이다.
[특징]
가신에 대한 의례는 정월의 고사시루, 칠석의 칠성시루, 그리고 가을걷이를 마친 시월상달의 첫무리(갈떡)가 일반적이다. 물론 가신을 신심으로 위하는 집에서는 명절이나 특정 기일에도 치성을 드린다. 그런가 하면 산신제를 지내는 마을에서는 각 가정마다 마짐시루를 준비하여 정성을 드린다. 이밖에 가족 중에 삼재(三災)가 들었거나 우환이 있는 집에서는 정월 대보름 무렵에 거리제·유왕제·서낭제 등을 지내며 액운을 막고 무탈하기를 빌었다.
이렇듯 집안의 화평을 기원하는 다양한 의례 중에서 상달의 첫무리는 가정신앙의 핵심이다. 그것은 한 해 동안 가족과 집안을 돌보아 준 여러 신령을 위로하는 의례인 동시에, 풍년 농사에 대한 추수감사제의 성격을 띤다. 이를 통해 신령과 신령, 인간과 신령이 가족이란 울타리 속에서 하나의 구성원을 이루면서 조화로운 삶을 도모하고자 한 것이다. 가정신앙의 이면에는 집 안에 좌정시킨 신령들 간에 뜻이 잘 맞으면 가정이 화평하고, 알력이 있으면 그 거처가 불편하여 집안이 잘 되지 않는다는 소박한 믿음이 담겨 있다.
[현황]
전통적으로 가정신앙은 주로 여성들에 의해 전승되고 대물림되어 왔다. 그러나 논산 지역에서도 가정신앙은 1970년대 이후 급속히 소멸되어 극히 일부 가정에서만 명맥을 잇고 있다. 농업 생산을 기반으로 한 신앙의 전통은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문화변동, 가신의 좌정처였던 주거 환경의 변화, 기독교의 확산 등으로 송두리째 뿌리가 뽑혀졌다. 그 빈자리를 몇몇 거대 종교가 빠르게 대치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엄연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