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6018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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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正月大- |
이칭/별칭 | 상원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의례/평생 의례와 세시 풍속 |
지역 | 전라남도 화순군 |
집필자 | 박종오 |
[정의]
전라남도 화순 지역에서 매년 음력 정월 15일에 행하는 세시 풍속.
[개설]
정월 대보름은 음력으로 1월 15일을 일컫는 말로, 한 해의 첫 보름이기 때문에 정월 대보름이라 부른다. 한자어로는 ‘상원(上元)’이라고 한다. 중원(中元)[음력 7월 15일, 백중] 및 하원(下元)[음력 10월 15일]과 연관하여 부르는 것으로 우리나라 세시 풍속에서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월 대보름에는 공동체 및 개인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다양한 풍속이 전해져 온다. 농경 생활을 영위했던 우리 민족에게 대보름은 풍요의 상징으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연원 및 변천]
농경 생활을 영위하였던 전통 사회에서 달-여신(女神)-대지(大地)의 음성 원리(陰性原理)를 기반으로 하여 정월 대보름에 풍요 관념과 한 해의 흉풍을 예측하는 풍속을 많이 행했다.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는 “세속에 전하기를 신라 소지왕이 까마귀 말을 듣고 금갑(琴匣)을 쏘아 화를 면한 이적이 있어 감사의 뜻으로 까마귀밥으로 만든 것이 약밥이고 이것이 우리 고유의 풍속이 되었다고 한다.”라고 하여 보름의 기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시골 사람들은 보름 하루 전날에 짚을 군대 깃발인 둑기[纛旗] 모양으로 묶고, 그 안에 벼·기장·피·조의 이삭을 넣어 싸고 목화를 그 장대 끝에 매달아 집 곁에 세우고 새끼를 사방으로 벌려 고정시킨다. 이것을 벼 낟가리[禾積]라고 하며, 이것으로 풍년을 기원한다.”, “제웅의 머리통에 동전을 집어넣고 보름날 하루 전, 즉 14일 초저녁에 길에다 버려 액막이를 한다.”, “이때 꼭두새벽에 종각 네거리에서 흙을 파다가 집 네 귀퉁이에 뿌려 묻거나 부뚜막에 바르는데, 부자 되기를 구하는 것이다.” 등의 기록을 통해 정월 대보름에 행했던 다양한 풍속들을 보여주고 있다.
전라남도 화순 지역에서도 정월 대보름에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고, 개인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다양한 의례들이 행해지고 있으며,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행위와 농사 풍흉을 점치는 행위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절차]
화순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정월 대보름 풍속은 다음과 같다.
1. 액막이[액맥이]
제웅은 짚으로 사람 모양의 인형을 만든 것인데, 그해 액운이 든 사람의 사주를 써서 동전과 함께 제웅 안에 넣어 14일 밤에 다리 밑에 버린다. 이때의 동전은 액이 든 사람을 대신해 제웅이 먼 세계로 갈 때 필요한 노잣돈이다. 노두 놓기는 마을 앞 개울가에 다리를 놓아주는 것을 말하는데, 삼재 등의 액이 든 사람이 가마니나 오쟁이에 모래를 넣어 동네 앞 개천에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것들은 정초에 자신의 신수점을 봐서 액이 들거나 그해 운이 좋지 않을 경우 이를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 쓰였고, 지금도 간혹 행해지고 있다.
2. 액막이 디딜방아 세우기
정월 14일 밤에 마을의 여자들이 주동이 되어 이웃 마을로 몰래 가 디딜방아를 훔쳐 마을 입구에 ‘Y’자형으로 세우고 양다리에 월경이 묻은 속옷을 입혀 놓는다. 이렇게 하면 그해 마을이 평안하고 전염병이 돌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이 주술 행사는 천연두의 예방에 큰 기능을 한다고 믿는다. 이렇게 세워진 디딜방아는 전염병이 끝나면 태워버리기도 하고 다시 주인에게 되돌려 주기도 한다. 그러나 전라남도 화순 지역에서 액막이 디딜방아는 꼭 정월 대보름에만 세우는 것은 아니다. 정초에 마을의 액을 막기 위해 세우기도 하고, 전염병이 돌기 시작할 때 세우기도 하며, 마을에 전염병 환자가 생기면 세우기도 한다.
전라남도 화순군 화순읍 연양리 양촌 마을에서는 정초에 마을에 병이 들어오지 말라고 다른 마을에서 디딜방아를 훔쳐 마을 입구에 세워둔다. 이 마을에서는 주로 전라남도 화순군 능주면 만수리에서 디딜방아를 훔쳐왔는데, 이때는 남자와 여자들이 같이 가서 여자들이 방아를 떼어놓으면, 남자들이 메고 온다. 훔쳐온 디딜방아는 마을 입구에 거꾸로 세워두고, 거기에 부인들의 속곳을 거꾸로 입혀둔다. 이렇게 하면 괴상한 모습 때문에 잡귀나 질병이 그것을 보고 놀라서 못 들어온다고 여겼다. 한편, 디딜방아에 고사를 지내지는 않고 세워두기만 한다.
3. 잰부닥 넘기
14일 밤에 대나무, 피마자대, 고추대 등을 마당에 쌓아놓고 불을 지른다. 이를 ‘잰부닥 불’ 혹은 ‘가랫불’이라고 한다. 이 불을 나이만큼 뛰어 넘으면 다리에 병이 나지 않는다고 믿었다. 화순읍 연양리 양촌 마을에서는 불을 피울 때 노간주나무나 대나무를 넣는데, 이렇게 하면 노간주나무가 타면서 ‘오독오독’ 소리를 내고 대나무는 ‘텅텅’ 소리를 내 이 소리에 잡귀가 놀라서 도망친다고 믿었다.
4. 밤새기
14일 밤에 잠을 자면 굼벵이가 되거나 눈썹이 희어진다고 해서 잠을 못 자게 했다. 이는 14일 밤에 당산제 등 그해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가 많기 때문에 근신하면서 밤을 지새우라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여겨진다.
5. 당산제
대부분의 마을에서 14일 밤에 당산제를 모신다. 당산은 마을신으로서 매우 엄격하게 제의가 치러진다.
화순읍 연양리 양촌 당산제는 정월 대보름 자시(子時)에 지낸다. 열 나흗날 밤에 달의 위치를 보고 12시를 가늠해서 지내는데, 요즘에는 시간이 바뀌어 열 나흗날 밤 11시~12시 사이에 지낸다. 당산제를 지내는 곳은 마을의 북쪽 중앙에 있는 ‘당산 마당’ 인데, 여기에는 당산 할아버지[혹은 천룡]와 당산 할머니로 모시는 큰 느티나무가 있다.
전라남도 화순군 춘양면 양곡리 단양 마을은 마을의 동쪽으로 당산나무가 있고, 주변에 일곱 그루의 나무가 있다. 그 앞에 정자가 있어서 따로 제단을 만들지 않으며, 정자에 제물을 차려놓고 열 나흗날 밤 10시가 넘어서 당산제를 지낸다. 당산제 때는 당산 외에 마을 뒤편 산중에 있는 천룡에서 먼저 제를 지내는데, 천룡은 ‘마을의 천룡’을 모신 곳이라고 하며, 그 신체는 흙을 쌓아둔 것으로 모양이 마치 봉분 같다.
전라남도 화순군 이서면 야사리 용호 마을의 당산은 마을 앞 중앙의 너른 마당 가운데에 심어진 느티나무이다. 이를 ‘당산 할머니’라고 부르며, 열 나흗날 밤 10시가 넘어서 당산제를 지낸다. 당산제를 지내는 날이 매년 정해져 있지만, 마을에 부정한 일이 생기거나 하여 깨끗하지 못하면 제를 지내지 못한다. 만약 정월 대보름 전에 마을에서 아기가 태어나거나 초상이 나면 정월에는 지내지 않고 미뤘다가 다시 깨끗한 날을 받아서 지낸다.
6. 보름차례
정월 대보름에는 차례를 지내는 집도 있고, 또 나물과 약밥만을 큰방 윗목이나 창고에 차려 놓는 경우도 있다. 차례를 지내는 집은 15일 새벽에 당산제가 끝나야만 상을 차릴 수 있다.
화순읍 연양리 양촌 마을에서는 대보름날 아침에 설하고 똑같이 차례를 지낸다. 다만 설처럼 푸짐하게 제물을 장만하지는 않고, 나물과 찰밥, 김쌈 정도만 상에 차려서 올린다.
춘양면 양곡리 단양 마을은 대보름날 새벽에 차례 상을 차린다. 차례 상에는 찰밥과 나물·김쌈·술을 올린다. 차례 상 외에 성주 상도 차린다.
이서면 야사리 용호 마을은 열 나흗날 밤 10시 넘어 12시 무렵에 차례 상을 차린다. 차례 상은 조상과 성주에 차리는데, 제물로는 찰밥·두부·어물(魚物)[말린 생선]·꼬막·김·나물 등을 올리며, ‘노적’이라고 하여 찰밥을 김으로 싸서 찰밥 그릇 위에 얹어놓는다.
7. 무 먹기
15일 새벽이 되면 아침에 일어나 무 한 조각씩을 먹는다. 이때 무를 먹으면서 ‘무사태팽’[무사태평]이라는 말을 하는데, 이것은 그해 더위를 타지 않고 모든 일이 잘되라는 기원을 담고 있다.
8. 오곡밥과 해우 밥
오곡밥은 다섯 가지의 곡식을 넣어 지은 밥이다. 보통은 집에 있는 잡곡을 넣으므로 그 종류는 일정치 않다. 또 보름에는 찰밥을 해서 그것을 해우[김]에 싸서 장독대나 창고 등 집안 곳곳에 놔둔다. 이는 곡식이 잘 여물라는 축원의 의미다. 이때 아이들이 이 해우 밥을 복(福)이라고 해서 찾아서 먹는데, 성씨가 다른 세 집 이상의 것을 얻어먹으면 좋다고 한다.
9. 까치밥 주기
까치밥은 대보름 새벽에 바구니에 찰밥과 나물을 넣어서 담장 위나, 지붕 위에 올려놓는다. 이는 길조로 여기는 까치에게 주는 밥인데, 항상 까치가 자기 집에서 울어 좋은 소식이 들어오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10. 소 여물점
챙이[키]에다 나물과 밥을 놓고 외양간에 있는 소에게 준다. 이때 소가 어떤 것을 먼저 먹는가를 가지고 그 해의 풍·흉년을 알아보는 것이다. 보통은 소가 밥을 먼저 먹으면 그 해 풍년이 들고, 나물을 먼저 먹으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11. 줄다리기
전라남도 화순 지역에서 행해지는 줄다리기는 암·수줄 2개를 만드는 곳과 외줄로 놀이를 하는 곳이 모두 있다.
화순읍 연양리 양촌 마을에서는 대보름날 일찍부터 집집마다 짚을 걷어 줄을 꼬는데, 이를 ‘짚줄’이라고 한다. 줄을 꼬는데 걸리는 시간은 반나절에서 한나절 정도이며, 보름날 저녁이나 되어야 잡아당긴다. 짚줄은 왼쪽으로 꼬는데, 고를 만들지 않고 길게 한 줄로 꼬며, 두께는 20㎝가 넘는다. 그런 다음 ‘젖줄’이라고 하여, 원줄 옆으로 작은 줄을 매달아 그 줄을 잡아당긴다. 줄을 당길 때는 남녀로 편을 나누어 당기는 데, 여자 편이 이겨야 그해 풍년이 든다고 하여 대개 여자 편이 이긴다.
춘양면 양곡리 단양 마을은 대보름을 며칠 앞두고 각 집에서 짚을 걷어 줄을 다린다. 주로 어린 아이들이 줄을 걷으러 다니고 어른들이 줄을 다리는데, 줄을 다릴 때는 왼쪽으로 꼬며 지름 20㎝정도로 만든다. 줄은 하나만 길게 만들며 반나절 이상 걸린다. 줄을 만들어 두고 보름이 넘도록 며칠씩 줄다리기를 하는데, 그 장소는 일정하지 않다. 줄을 모두 매면 이를 떠메고 가며, 줄다리기 전후에 술과 음식을 장만한다. 예전에는 마을의 도랑을 기준으로 위아래 더미로 편을 나누었는데, 그 후에는 남녀로 편을 나눈다.
이서면 야사리 용호 마을에서는 집집마다 짚을 걷어 꼬아서 줄다리기를 한다. 줄은 한 줄만 꼬는데, 지름이 20㎝정도 된다. 남녀로 편을 나누는데, 여자 편이 이기면 좋다고 하여 남자들이 일부러 져준다.
12. 달집태우기
달집은 대나무나 솔가지 등을 이용하여 만드는데, 전라남도 화순군 동복면 천변리에서는 높이 10여m에 둘레가 남자 보통 걸음으로 20걸음 정도로 크게 만든다. 이 또한 풍점을 기원하는 성격을 가졌고, 달집이 쓰러진 쪽에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대나무가 탈 때 나는 소리에 귀신들이 도망간다고 믿었으며, 마을의 안녕을 함께 기원했다.
13. 연날리기
연은 음력 12월경부터 날리기 시작하여 정초에 성행하다가 대보름 전후에 액막이 연날리기로 끝을 맺는다. 화순 지역에서는 ‘방패연’과 ‘가오리연’을 주로 날렸다. 한편, 연을 가지고 연싸움을 많이 했는데, 상대방의 연줄을 끊기 위해 연줄에 사기 조각이나 유리 조각의 가루 등을 발랐다.
춘양면 양곡리 단양 마을에서는 정초에 연날리기를 많이 하는데, 보름이 지나면 하지 않는다. 따라서 보름날 연줄을 끊어서 멀리 날려버리거나 불에 태운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화순 지역에서는 정월 대보름을 크게 쇘는데, 당산제나 줄다리기 등을 통해 공동체 전체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였고, 무 먹기나 오곡밥 등을 통해 개인의 건강을 기원하였다. 아울러 소 여물점 등을 통해 한 해의 풍·흉을 미리 점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놀이와 행위 등을 통해 한 해가 무탈하기를 기원하였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개인과 공동체 구성원이 한 해 동안 무탈할 것과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지금은 많이 약화되기는 하였지만, 지속적으로 전승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