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6018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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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歲時風俗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전라남도 화순군 |
집필자 | 나경수 |
[정의]
전라남도 화순 지역에서 일 년을 단위로 명절이나 일정한 때에 맞춰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풍속.
[개설]
세시(歲時)라는 말에서 세(歲)는 한 해를, 시(時)는 춘하추동 사계절을 뜻한다. 세시 풍속이란 세사(歲事)·월령(月令)·시령(時令) 등으로도 불리며, 일 년을 단위로 하여 일정한 날에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풍속 일반을 지칭한다.
역법(曆法)은 해를 기준으로 한 양력과 달을 기준으로 한 음력이 있는데, 세시 풍속은 일반적으로 음력에 준한다. 과거 농경 사회에서 생산성과 여성성을 동일시했던 데서 유추가 가능하듯, 생산력의 기능도 맡았던 세시 풍속은 음력에 따라 편성된다. 그러나 24절기에 따라 나름의 세시 풍속이 배치된 예도 많다. 1895년(고종 32)에 서양의 태양력이 사용되기 이전, 중국에서 들어온 소위 절기(節氣) 역시 태양력에 근거한 것으로, 일 년을 24개의 단위로 나누어 계절의 변화를 읽는 데 민속적인 세시 풍속과 함께 사용되었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음력을 위주로 역법을 삼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음력과 양력을 동시에 사용했던 것이다.
전라남도 화순군의 세시 풍속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현장 조사가 진행되어 어느 정도 정리된 바 있다. 이들 조사 보고서에 근거하여 전라남도 화순 지역의 세시 풍속에 대해 계절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봄철/음력 1~3월]
1. 설날
여러 가지 세찬을 형편에 맞게, 그러나 가능하면 걸게 마련하여 새벽에 차례를 지낸다. 웃어른께 세배를 하고, 조상의 묘소에 성묘를 다녀오며, 그믐날 밤에 복조리를 사서 걸어두는 집도 있다. 예전에는 설에 여자들이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하는 일을 삼갔는데, 집안에 따라서는 5일 또는 10일간 외부 출입을 금하기도 했다.
2. 정초 풍속
설날부터 대보름 사이에는 여러 가지 정초 풍속이 행해졌다. 마당 밟기, 삼재막이, 안택굿, 엄나무 걸기, 장 담그기, 춘향이 놀이, 토정비결 보기 등이 주로 이때 행해졌던 세시 풍속이다. 특히 화순 지역에서는 정초에 ‘소 코뺑이 들이기’라고 해서 소의 코를 뚫어 고삐를 매곤 하였다.
3. 정월 대보름
음력 1월 15일은 1년 중에서 처음 보름달이 뜨는 날이어서 큰 의미가 있으며, 특별히 대보름이라고 부른다. 대보름은 다른 명절에 비해서 월등히 많은 세시풍속이 있다. 대보름은 나물 명절이라고도 하는데 가능하면 많은 나물을 장만하여 차례를 지내기 때문이다. 마을에 따라서는 당산제를 지내고, 강강술래나 줄다리기를 즐기기도 한다. 아이들은 논·밭둑 태우기, 횃불 싸움, 쥐불놀이, 액연 날리기, 다리밟기 등을 즐기며, 이날 밤에는 잠을 자지 않는다. 그 밖에도 부럼 깨기, 귀밝이술 마시기, 김 싸먹기, 꼬막 먹기, 오곡밥 얻어먹기, 오곡밥과 묵은 나물 먹기, 머슴 대접하기, 소밥주기, 대불 넘기 등으로 건강을 기원하며, 더위팔기, 허새비 버리기[삼재 막이], 노두 놓기, 뱀 쫓기, 노래기 쫓기, 샘물 훔치기, 까치밥 주기, 달점 치기, 과일나무 시집보내기 등을 한다. 한편, 개밥 주지 않기, 매운 음식 먹지 않기, 맨발로 다니지 않기, 머리 빗지 않기 등의 금기도 지킨다.
4. 2월 초하루
2월은 영등달이라고 하여 영등 할머니를 모신다. 또 2월 초하루를 명절로 쇠기도 하는데, 이날 콩을 볶아 먹으면 논밭에 벌레가 성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다. 또 영등 할머니가 싫어한다고 해서 무색 천[白紵] 만지지 않기, 빨래하지 않기 등의 풍속도 전한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화순 지역에서도 이때부터 농사일이 시작되기 때문에 농부들은 썩은 새끼줄로 목매달아 죽으러 뒷동산에 올라간다는 재미있는 속담도 전한다. 또 칡을 캐먹기도 하고 개구리 알을 먹기도 한다.
5. 삼짇날
음력으로 3월 3일을 삼짇날이라 하여 작은 명절로 믿어왔다. 이때는 제비가 강남에서 돌아온다고 하며, 갓 태어난 아이의 배냇머리를 깎아주기도 한다. 근래에 와서 화순 지역의 주민들은 대부분 꽃놀이나 관광으로 대신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삼짇날 화전[花煎]놀이를 했던 마을이 많았다. 특히 봄철 화전놀이는 빼놓을 수 없는 봄철 놀이였다.
[여름철/음력 4~6월]
1. 초파일
음력 4월 8일이라 4월 초파일이라고 한다. 본래 부처님이 탄생한 날로 불교에서 기원한 명절이다. 이날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손을 멈추고 하루 쉬면서 절을 찾는다. 화순군에서는 특히 수양부모가 있는 사람은 이날 음식을 장만하여 찾아가 보답을 하다.
2. 단오
음력 5월 5일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4대 명절에 속하지만 화순 지역에서는 큰 명절로 쇠지는 않는다. 이날 새벽에 여자들은 상추에서 이슬을 받아 세수를 하면 화장이 잘 받는다고 한다. 또 모든 풀이 약초가 된다고 하며, 약쑥이나 익모초 등을 베어서 말리기도 하고, 또 익모초 즙을 내서 마시기도 한다.
3. 유두
음력 6월 15일을 유두라 하여 집안에 따라서는 차례를 지내기도 한다. 이날은 대부분 보리 수확이 끝난 후라서 보릿가루로 개떡을 해먹는다. 또 개떡이나 시루떡을 논·밭둑에 차리고 용왕제를 지낸다. 화순 지역에서는 이날 이불을 꿰매거나 이불 빨래를 하지 않는 풍속이 있다.
[가을철/음력 7~9월]
음력 7월 7일은 칠석, 15일은 백중이라 부른다. 칠석은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이라고 하며, 절에 다니는 사람들은 불공을 드리기 위해 절에 간다. 백중은 화순 지역에서는 큰 명절에 속한다. 백중 때는 조상에게 차례를 올리는데, 그해의 풋과일을 주로 장만한다. 이날부터는 대개 논밭의 일이 거의 끝나 호미를 사용할 일이 없다고 해서 호미씻기를 한다고도 한다. 또 마을에 따라서는 청년들이 들돌을 들어 올리는 진쇠 놀이를 하기도 하고, 또 머슴을 대접하기도 한다.
2. 추석
음력으로 8월 15일이며, 설과 함께 가장 큰 명절이다. 집집마다 송편을 만들고, 조상에게 차례를 올리며, 이날 성묘를 가는 집도 있다. 예전에는 밤에 달이 뜨면 마을의 아낙네들이 마당 넓은 집에 모여서 밤새 강강술래를 하며 즐겼지만,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일찍 수확한 벼를 가장 먼저 조상에게 올리는 올개심리[올벼심리]를 추석을 쇠기 전에 하는 집도 있다. 찐쌀로 밥을 하고 또 음식을 장만하여 조상께 제사를 지낸다. 풍년이 들게 해주신 조상에게 감사의 뜻으로 처음 난 쌀밥을 올리는 것이다. 또 추석을 앞두고 조상의 묘소에 벌초를 한다.
3. 중구
음력 9월 9일을 중구라고 한다. 성주를 모시는 집에서는 성주 앞에 차례 상을 올린다. 또 구절초를 뜯어 말리거나 국화로 술을 담그는 집도 있다.
[겨울철/음력 10~12월]
1. 상달
음력 10월을 상달이라고 한다. 한 달 내내 좋은 날이기 때문에 부르는 말이기도 하며, 많은 문중에서 시제를 지낸다. 조상 단지나 성주 항아리를 모시는 집에서는 10월 좋은 날을 택해서 안에 들어 있던 쌀을 꺼내고 햅쌀을 새로 담는다.
한편, 예전에는 초가가 많아 10월에는 겨우살이 준비로 이엉 갈기를 많이 했지만, 초가집이 없어지면서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다.
2. 동지
동짓날은 본래 음력이 아니고 양력 12월 22일 경인데, 음력으로는 11월이기 때문에 그날에 맞춰 동지를 쇤다. 화순 지역의 많은 집에서는 동짓날 팥죽을 쑨다. 안방에 상을 차려 조상의 수만큼 팥죽을 올리기도 하고, 또 1년 12달을 정해서 12그릇의 팥죽을 올려놓았다가 각 달에 해당하는 팥죽 그릇을 보고 점을 치기도 한다. 또 팥죽을 쑤어 집안 이곳저곳에 뿌려서 액을 막기도 한다. 한편 대개 음력 11월에는 고드름이 생기는데 화순 지역에서는 처음에 생긴 고드름은 끊지 않는 풍속이 있다.
3. 섣달그믐
음력 12월 말일을 섣달그믐이라고 한다. 이날은 명절이라기보다는 설날을 준비하는 의미가 짙다. 목욕을 하고, 새 옷을 준비하며, 또 설날 차례를 위해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면서 바쁘다. 또 설을 쇠기 위해 집 청소를 하고, 가까운 사람끼리는 선물을 주고받기도 한다. 예전에 화순 지역에서는 마을의 부잣집에서 가난한 집에 쌀이나 음식을 보내기도 했다.
[윤달의 세시 풍속]
윤달은 손이 없는 달로 여겨 평소에 하지 않았던 일을 한다. 예를 들면 집이나 조상의 묘를 고치기도 하고, 또 수의를 만들기도 한다. 이때 노인이 있으면 관을 미리 짜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