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5004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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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음역 | dangol |
영어의미역 | regular shaman |
이칭/별칭 | 당골,당골네,단골네,단골에미,당골에미,무당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전라남도 진도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경엽 |
[정의]
무속의례를 집전하는 전문 사제자.
[개설]
우리나라 무당에는 강신무(降神巫)와 세습무(世襲巫)가 있다. 전자는 신이 들려서 무당이 된 경우이고, 후자는 무인(巫人)의 가계 출신이 세습하여 무당이 되는 경우이다. 지역적으로 분류해보자면 강신무는 중·북부지방에 주로 분포하며, 세습무는 남부지방에 분포한다.
강신무는 강신에 의한 신병 체험을 통해서 무당이 되어 신의 영력에 의해 예언을 하고 제의를 집행하며, 세습무는 세습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무당이 되기 때문에 영력과 관련 없이 제의를 집행한다. 중·북부지역 무속의 특징은 신의 영력이고, 남부지역 무속의 특징은 혈통에 따라 계승되는 사제권의 계승과 그 사제권의 기반이 되는 단골제라고 할 수 있다.
[내용]
전라남도 진도를 비롯한 남도 무속의 큰 특징은 세습무에 의해 무속의례가 수행된다는 점이다. 남도의 세습무는 대개 부부가 짝을 이루거나 가족·친족들이 모여 굿을 하는데, 남무(男巫)와 여무(女巫)는 각각 호칭이 다르고 역할에도 차이가 있다.
남무는 흔히 ‘고인(鼓人)’이라고 부르고, 여무는 단골(당골)이라고 부른다. 단골이란 말은 서울, 경기에서는 신도를 지칭하지만, 남도에서는 무당을 지칭한다. 고인은 무악(巫樂)을 맡고, 굿에 필요한 소도구를 만든다. 또한 이들 중에서 가창이나 기악이 뛰어난 사람은 소리꾼이나 연주자가 되기도 했으며, 기예가 뛰어난 사람은 땅재주나 줄타기를 익혀 광대로 업을 삼기도 했다. 그리고 단골은 무가와 춤 등을 익혀 굿을 직접 집전하는 사제자 역할을 한다. 굿 대부분의 절차를 단골이 진행하는 만큼 역할이나 비중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세습무는 세습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무당이 되기 때문에 영력(靈力)과 관련 없는 의례를 집행한다. 강신무굿이 영력의 과시와 신들림이 중시되는 것에 비해, 세습무는 제의적 행위나 춤, 노래 등을 통해 신을 즐겁게 하고 신에게 인간의 소원을 빌어준다. 그리고 강신무와 달리 굿거리에 따라 무복을 갈아입지 않고, 곡예나 묘기 같은 특별한 시각적 볼거리가 제공되지 않으며, 신의 입장에게 내리는 공수도 없다.
대신 세습무는 음악성 높은 무가나 풍부한 사설, 제의적 행위, 춤 등을 통해 의례를 집행한다. 이런 까닭에 세습무권에서는 작두타기 같은 신기한 묘기를 보이거나 공수를 주는 굿을 볼 만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보다는 목이 좋아 소리를 잘하고, 덕담의 내용이 풍부하며, 멋들어진 춤을 추는 무당을 훌륭한 무당이라고 여기고 그러한 굿을 재미있는 굿이라고 간주한다.
무당의 또 다른 유형으로 강신무 계열의 점쟁이가 있다. 남도의 강신무는 신과의 교류를 드러내는 종교적인 장치를 설치하는데, 집 앞에 신대를 세워놓고, 집 안에는 신단을 설치하고서 무업을 한다. 이들은 대개 ‘점쟁이’라고 불리며 흔히 남무는 ‘법사’라고 하고, 여무는 ‘보살’이라고 칭한다. 그런데 이들은 ‘점쟁이’라는 이름에서 보듯이 본래 굿을 집전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정통 사제무라고 할 수는 없다. 전통적으로 이들은 문복(問卜)이나 문점(問占), 독경(讀經)과 같은 일들을 담당했고 본격적인 굿은 하지 않았다. 호남지역에서 강신무는 본래 점을 치는 것이 주임무였고 굿은 세습무가 전담했다.
단골과 점쟁이는 서로 적대자이자 상보자의 관계를 형성해왔다. 단골은 단골대로, 신이 내려 점상을 받은 점쟁이는 또 그들대로 긍지를 가졌고, 나름대로의 입지를 마련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대결을 해왔다. 현재는 세습무의 수가 워낙 줄어들었고, 조직력 또한 약화되어 영역 구분이 의미없게 되었지만, 세습무가 우세하던 과거에는 점쟁이는 점을 치는 일이나 간단한 비손밖에는 하지 못했다.
단골과 점쟁이는 역할에 관련하여서는 분명한 구분이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상보적인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만약 어떤 사람에게 신이 내려 신병을 앓게 되면 그에게 필요한 내림굿은 세습무가 해준다. 내림굿은 입무의례(入巫儀禮)에 해당하는데, 단골이 사회적·종교적으로 사제자적인 우위에 있는 입장에서 점쟁이의 입문을 돕게 되는 것이다. 점쟁이의 경우도 역시 단골을 돕는데, 예를 들어 점을 치러 온 사람에게 굿을 하도록 종용을 해서 단골의 굿이 이루어지도록 하며, 때로는 점쟁이가 특정 단골을 지정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단골들의 활동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강신무의 활동이 늘어나는 추세다. 세습무가 점차 줄어든 데 따른 공백을 강신무들이 메꾸어 굿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고, 수요자들도 강신무의 신들림이나 공수 등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점쟁이들의 굿은 일정한 정형성을 갖기보다, 굿 도중에 망자나 조상신의 혼을 받아 공수하는 과정이 중요시된다. 때문에 세습무굿의 진중함이나 의례성, 예술성 등은 보이지 않고, 촉급한 장단에 의한 엑스타시와 신들림 등이 강조된다.
[의의]
전라남도 진도는 호남지역의 대표적 무속전승지답게 세습무가 주류를 이룬다. 최근 들어 세습무 수가 급감하고 강신무 계열의 점쟁이 활동이 부각되고 있지만, 전통적인 형태는 세습무에서 찾을 수 있다. 세습무당에 의해 전통적인 굿이 전승되고, 다양한 예술 전통이 활발하게 전승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