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0021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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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미역 | Chimabawi Rock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충청남도 논산시 관촉동 |
집필자 | 박종익 |
[정의]
충청남도 논산시 관촉동에서 치마바위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채록/수집상황]
1988년 논산문화원에서 간행한 『놀뫼의 전설』에 실려 있다.
[내용]
관촉동 반야산 근처에 김대감과 이대감이 살았다. 두 사람은 자주 만나 자연을 감상하고 시도 지으며 지냈다. 어느 때 두 사람의 부인이 동시에 임신을 하였다. 두 사람은 태어날 자녀가 성별이 다르면 혼인시키자고 언약하였다. 열 달이 지나 이대감 집에서는 딸을 낳았고, 김대감 집에서는 아들을 낳았다. 이대감은 딸의 이름을 옥녀라 지었고, 김대감은 아들의 이름을 김국이라 하였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이대감 집 딸 옥녀가 아름다운 처녀로 성장하였다. 그런데 그녀의 외모에 반한 이대감 집 노비 돌쇠가 옥녀를 사모하였다. 그는 비록 노비이지만 건장하고 용모가 수려한 청년이었다. 종의 신분으로 대감의 딸을 넘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애만 태우고 있었다. 한편 옥녀도 돌쇠를 볼 때마다 그의 남성다움에 끌려 설레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돌쇠의 옥녀에 대한 마음 씀씀이에 옥녀의 마음이 흔들렸다. 두 사람은 몰래 만나기 시작하였고, 만남이 반복될수록 둘 사이에 사랑이 무르익어갔다. 이제 두 사람은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어느 날 양가의 두 대감이 언약대로 김국과 이옥녀를 결혼시키려 하였다. 혼인 날을 받아둔 옥녀는 며칠 동안 밤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부모님이 워낙 지엄한지라 돌쇠와의 관계를 말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돌쇠가 양반집 도령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원망도 해보았지만 애만 탈 뿐이었다. 돌쇠 또한 가슴을 치고 발을 동동 굴러보았지만 한 맺힌 가슴을 풀 방법이 없었다. ‘옥녀와 같이 도망쳐 버릴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그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혼 날짜가 다가오자 돌쇠는 무서운 생각을 하였다. 그는 옥녀를 김국에게 빼앗기느니 차라리 김국을 죽이고 자신도 죽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드디어 김국과 옥녀의 대례가 올려졌다. 그날 밤 김국과 옥녀가 신방에 들었다. 밤이 깊어가면서 신방을 지키던 이들도 물러나고 신방의 불도 꺼졌다. 이를 몰래 지켜보던 돌쇠는 불같은 노기에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미친 듯이 신방으로 뛰어 들어가 가지고 있던 칼로 김국을 찔러 죽게 하였다. 그리고 돌쇠는 집 근처 산기슭에 있는 바위 위로 올라가 노비의 신분을 비관하며 자결하였다.
집안은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다. 옥녀는 참혹한 광경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다가 돌쇠를 찾아 나섰다. 그녀는 돌쇠가 죽어 있는 바위 위에 다다라서 치마를 뒤집어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이 바위를 치마바위라 불렀다고 한다.
[모티프 분석]
「치마바위」의 주요 모티프는 신분갈등으로 인한 사랑과 죽음의 파국이다. 양가댁 규수 이옥녀와 노비 돌쇠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결국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지 못하고 죽음이라는 파국을 맞게 된다는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이들 연인이 자결한 바위에 대한 지명유래담이 함께 이 설화의 모티프가 되었다. 「치마바위」와 비슷한 유형의 전설로는 연산면 사포리의 「귀신둠벙」이 있는데, 신분상의 차이로 인한 갈등에 의해 부자의 딸과 노비가 비극을 맞이하고 있다.